[더 한장] 나 홀로 씩씩한 입학식

신현종 기자 2024. 3.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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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충북 보은군 회남초등학교에 나 홀로 입학한 양근우 군을 선배들이 업어주며 축하해 주고 있다. /신현종 기자

“전체 차렷~ 국기에 대하여 경례!”

구호에 맞춰 한 생이 왼손을 들어 오른쪽 가슴에 얹자 주위에서 “오른손!, 오른손!”하는 작은 목소리가 들린다.

지난 4일 치러진 충북 보은군 해남초등학교 입학식 풍경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이목이 오직 한 학생에게만 집중된 채 식이 진행됐다. 이 날의 주인공인 신입생은 단 한 명, 동기생도 하나 없지만 씩씩한 모습으로 나 홀로 입학식을 치르고 있었다.

이 날 재학생과 교직원, 학부모들은 입학생에게 장학증서도 수여하고 새 책가방과 실내화도 선물하는 등 열띤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일부 고학년들은 반가운 마음에 신입생을 업어주기도 했다.

저출산의 영향으로 도내의 학령인구가 줄면서 보은 회남면에 위치한 유일한 학교인 회남초등학교는 1명의 입학생을 맞았다. 학생 1명으로 식을 치렀지만 그나마 회남초등학교의 사정은 나은 편에 든다. 충북 도내 학교 중 8개의 초등학교가 올해 신입생을 전혀 받지 못했고, 회남초등학교를 비롯한 11개 학교는 신입생이 단 1명뿐이었다. 이처럼 학생이 없어 입학식조차 치르지 못한 학교는 전국 12개 시,도 157곳에 달한다.

4일 충북 보은군 회남초등학교에 나 홀로 입학한 양근우 군이 수업을 받기 위해 담임교사와 1학년 1반 교실로 향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인원은 36만 9441명으로 지난해 40만 1752명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40만 명 선이 완전히 무너진 것인데 그나마 내년에는 31만 선으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이 날 회남초에 입학한 양근우 학생은 “앞으로 선생님과 같이 운동도 하고, 공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싶다”며 학교생활에 대한 설렘을 전했다. 입학식을 마친 다음에는 교실로 이동, 첫 수업을 진행했는데 담임인 김형원 선생님은 “나 홀로 수업인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많이 연구하여 근우가 형, 누나들과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충북 보은군 자료를 보면 회남면 인구는 2024년 2월 현재 722명으로 해당 군의 10개면 중 가장 작은 수를 기록했는데 출생아 수도 꾸준히 줄고 있어 도내 학령인구는 더욱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교 신입생 격감은 단순히 폐교의 문제를 떠나 지역소멸을 나타내는 중요한 징후이기 때문에 신입생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지역 사회와 정부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4일 충북 보은군 회남초등학교에 나 홀로 입학한 양근우 군이 1학년 1반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신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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