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6000만원 수수→개인 돈거래로 사용…김종국 前 KIA 감독-장정석 단장 구속 피했지만, 檢 '불구속 기소'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배임수재'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김종국 전 KIA 타이거즈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장정석 전 단장의 경우 '배임수재 미수' 혐의가 추가됐다.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는 7일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담장을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장정석 전 단장의 경우 배임수재 미수 혐의도 적용됐고, 이들에게 금품을 건넨 커피업체 대표 A씨도 배임증재 혐의로 재판이 넘겨졌다.

지난 2022년 장정석 전 단장은 포수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키움 히어로즈와 트레이드를 통해 박동원을 영입했다. KIA는 FA(자유계약선수) 자격 획득을 앞둔 박동원을 영입한 뒤 연장계약을 맺는 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박동원은 KIA와 연장 계약을 맺지 않았고, FA 자격을 통해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그리고 2023시즌 개막을 앞두고 박동원이 LG로 이적하게 된 이유가 밝혀졌다. 장정석 전 단장이 박동원에게 '뒷돈'을 요구했던 것이었다.

당시 장정석 전 단장은 '농담조'로 한 말이라는 주장을 펼쳤지만, 장정석 전 단장은 돈을 전달할 수 있는 꽤 구체적인 방법을 박동원에게 제시했다. 이에 KIA는 장정석 단장을 즉시 해임했고, KBO는 뒷돈 요구와 관련해 검찰에 장정석 전 단장의 수사를 의뢰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검찰은 장정석 감독의 주거지 등을 압수 수색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범죄 혐의를 포착하게 됐다. 장정석 전 단장이 한 커피 업체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이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해당 커피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이가 장정석 전 단장 뿐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김종국 전 감독 또한 1억원이 넘는 금액을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검찰은 지난 1월 25일 김종국 전 감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KIA는 이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중 뒤늦게 '제보'를 통해서 사실을 인지하게 됐고, 곧바로 김종국 전 감독과 면담을 진행했다. 김종국 전 감독은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면서도, 그 어떠한 범죄 혐의도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마이데일리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KIA 타이거즈

하지만 KIA는 김종국 전 감독이 검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을 확인한 직후 감독으로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일규)가 김종국 전 감독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게 되자 결국 김종국 전 감독과 계약을 해지하기로 결정했다. '배임수재'는 업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것을 의미. 검찰은 김종국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커피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배경으로 구단과의 후원 협약 등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파악했다.

일단 한 구단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단장과 감독이 모두 구속되는 '사상 초유'의 불상사는 피했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월 30일 '혐의 관련 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됐고, 증거 인멸 내지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련의 후원 과정과 피의자 관여 행위 등을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추어 볼 때 수수금품이 부정한 정탁의 대가인지 여부에 관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구속은 피했지만,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아온 이들은 결국 7일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이 야구장 펜스 홈런존 신설과 관련한 청탁과 함께 1억원을 수수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김종국 전 감독은 유니폼 견장 광고와 관련해 편의 제공 대가로 6000만원을 더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김종국 전 감독은 A씨의 요구사항을 장정석 전 단장에게 전달, 구단 광고 담당 직원에게도 A씨의 직원 연락처를 직접 전달했다. 검찰은 조사 결과 결국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의 도움으로 인해 A씨가 여러 광고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고 인지하고 있다.

김종국 전 감독과 장정석 전 단장은 금품수수는 인정하면서도 격려금 명목으로 준 돈이었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의 조사에 따르면 두 사람은 함께 받은 1억원을 각각 5000만원씩 나눈 뒤 구단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주식 투자, 자녀 용돈, 여행비, 개인 간 돈거래 등에 사용했다. 이에 검찰은 '배임수재' 혐의로 김종국 전 단장과 장정석 전 단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박동원에게 최소 12억원의 FA 계약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2억원을 달라고 무려 세 차례나 요구한 장정석 전 단장의 경우 '배임수재 미수' 혐의까지 추가됐고, 이들에게 돈을 건넨 A씨 또한 '배임증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24년 1월 30일 KIA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정이 배임수재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마이데일리

2024년 1월 30일 KIA 타이거즈 김종국 전 감독이 배임수재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마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