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벤츠타고 미술관 간다…거장 필립 파레노를 만나다

박찬규 기자 2024. 3. 8.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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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예술로 녹아든 자동차]③ '메르세데스-벤츠 셀렉션'의 첫 미술 전시 후원
[편집자주] 자동차회사들의 예술계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이 창작활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강조하는가 하면 순수 예술의 보존을 위해 힘쓴다. 구매자를 챙기는 것을 넘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예술을 주목한다.

리움미술관 주차장에서 만날 수 있는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사진=박찬규 기자


글 쓰는 순서
①자동차회사는 왜 예술에 관심 보일까
②단순 후원부터 작가와 협업까지
③[르포] 벤츠타고 미술관 간다…설치미술 거장 필립 파레노를 만나다



자동차회사가 후원하는 전시였지만 브랜드와 제품은 철저히 감춰졌다. 행사는 리움미술관 전체를 대관해 열렸지만 후원사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징 '삼각별'이나 자동차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차장에 세워진 '마이바흐'는 볼 수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셀렉션'의 열두 번째 활동인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현장 분위기다.


자동차 감춘 자동차회사 후원 전시


리움미술관 입구에서 시작되는 필립 파레노의 전시 /사진=박찬규 기자
벤츠코리아는 문화 예술 발전 프로그램 '메르세데스-벤츠 셀렉션'을 통해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 오는 7월7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를 후원한다. 2017년부터 다양한 장르의 음악 및 공연 등은 후원했지만 미술 전시를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제리 출신으로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필립 파레노는 세계적인 현대 미술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시간,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예술의 관계를 탐구하고 데이터 연동, 인공 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든다.

이번 전시는 필립 파레노의 아시아 최초이자 최대 전시다. 그래픽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뮤지션, 언어학자, 사운드 전문가, 배우 등 여러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 외에도 작가의 90년대 초기작을 엿볼 수 있는 영상, 사운드,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주요 작품들도 전시된다.
필립 파레노의 작품은 시간에 따른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박찬규 기자
그의 작품은 시간 흐름에 맞춰 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눈으로만 감상하는 것을 넘어 몸으로 느끼는 공연 같은 전시를 표방한다.

곳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관람객에 반응한다. 작품을 전시하다 만 것처럼 보이는 곳조차 작품의 일부다. 갑자기 조명이 켜지고 이상한 소리를 내며 반응한다. 전시물이 걸려 있는 거대한 벽조차 스스로 움직인다. 배우 배두나의 목소리가 인공지능(AI)이 만들어낸 캐릭터를 통해 '∂A'(델타에이)라는 새로운 언어를 구현한다.

일련의 특징은 센서로 확보한 여러 자극을 AI가 모으고 작품이 반응하는 형태다. 건물 밖에서 시작되는 거대한 설치물은 단순한 조형물이 아니라 미술관 내부로 이어지는 센서다.

현장에서 만난 필립 파레노는 "미술관은 고가의 작품들이 전시된 탓에 외부 세계를 향해 등을 돌린 닫힌 공간"이라며 "나는 이런 버블 같은 공간에 틈을 내고 싶었고 관람객들도 내 작품을 통해 틈을 비집고 들어와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AI와 디지털 멀티플렉스 기술을 활용한 작품세계에 대해서는 "데이터와 기계 시스템은 그저 도구일 뿐"이라고 했다.
필립 파레노는 공간 전체를 활용한다. /사진=박찬규 기자
그의 작품세계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필립 파레노는 "자동차를 운전하고 가다가 하늘을 보면서 공상하는 것 같은 시간이 나에겐 매우 소중하다"며 "책을 읽다가 조금 다른 생각을 하다 보면 무엇을 읽고 있었는지 망각하고 다시 돌아오는 그런 순간, 그 마법적인 순간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시를 후원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브랜드 가치에 걸맞은 특별한 문화 예술 경험을 제공, 고객들의 로열티와 만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 관계자는 "메르데세스-벤츠는 진보적인 럭셔리를 추구한다"며 "고객들을 전시회에 초청하는 것을 넘어 문화예술활동을 접할 기회 자체를 늘림으로써 사회에 공헌하려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작가처럼 메르세데스-벤츠는 여러 첨단 기술을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치미술 거장 필립 파레노는 누구?


현장에서 만난 필립 파레노 /사진=박찬규 기자
1964년에 태어나 프랑스에서 거주 및 활동하는 작가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는 시간과 기억, 인식과 경험, 관객과 예술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데이터 연동과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예술작품과 전시 경험을 재정의하는 유기적인 방식을 탐구한다.

파레노는 다방면의 전문가들과의 협업으로 영상, 사진, 조각,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와 전시형식에 주목한다.

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 루마 아를, 21 세기 가나자와 미술관, 파리 근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 MoMA), 구겐하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테이트 모던, 아이리쉬 미술관, 반아베 미술관, 와타리 현대미술관, 워커 아트센터 등에 소장됐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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