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는 왜 예술에 관심 보일까

박찬규 기자 2024. 3. 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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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예술로 녹아든 자동차]① 탈 것 넘어 생활 속으로 파고든 車 성격…문화마케팅이 '답'
[편집자주] 자동차회사들의 예술계 후원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이 창작활동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을 강조하는가 하면 순수 예술의 보존을 위해 힘쓴다. 구매자를 챙기는 것을 넘어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으로 예술을 주목한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홈 스토리즈'展. 아이오닉 콘셉트카 세븐 /사진=현대자동차


글 쓰는 순서
①자동차회사는 왜 예술에 관심 보일까
②단순 후원부터 작가와 협업까지
③[르포] 벤츠타고 미술관 간다…설치미술 거장 필립 파레노를 만나다


자동차회사들의 예술계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시작은 구매 고객 등 특정 집단을 챙기기 위한 것이었지만 현재는 이를 넘어 사회공헌활동으로 확장, 보편화된 활동으로 성격이 바뀌는 중이다. 다양한 전시를 후원하거나 미술관 또는 작가와 협업하는 건 물론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탈 것'으로만 여기던 자동차 역사가 어느덧 한 세기를 훌쩍 넘어서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 분야와의 연관성이 깊어졌다. 집 다음으로 비싼 재화인 자동차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했고 세대를 초월한 애착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자동차는 최근엔 거실만큼 중요한 생활공간으로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다. 전기동력화, 자율주행 등 새로운 트렌드를 맞이하며 과거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제품의 상향평준화로 차별화 요소가 줄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감성적 요소에 따라 판매량이 갈린다.


차는 집단 공감요소…'문화' 이해해야 성공


렉서스 디자인 어워드는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다. /사진=렉서스
토요타자동차는 과거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미국시장에 론칭하기 위해 타깃 고객층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소득과 성향 등은 기본, 그들이 즐겨 먹는 식음료, 자주 이용하는 레스토랑과 공연장, 여행패턴 등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분석했다. 그 결과 후발주자임에도 상위 브랜드를 위협할 정도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도 프리미엄 브랜드를 표방한다. 고급스럽지만 고루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골프와 영화 등 문화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다. 그 결과 2015년 11월 출범 이후 지난해 8월까지 누적 100만대 글로벌 판매를 기록하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골퍼 '황제' 타이거 우즈를 호스트로 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골프 대회는 PGA 정규 투어에 포함되며 권위를 인정받고 브랜드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부산국제영화제나 백상예술대상 등의 권위 있는 시상식을 후원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셀럽들을 초청, 자동차 디자인을 중심으로 하는 화려한 문화행사를 통해 브랜드 알리기에도 적극적이다.
제네시스는 부산국제영화제를 후원하고 있다. /사진=제네시스
이 같은 활동들은 과거 럭셔리 브랜드들과 VIP의 관계에서 기인한다. 럭셔리 브랜드가 고객을 위한 초청행사를 참고한 것. 수억원을 호가하는 럭셔리카나 슈퍼카의 경우 극소수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 특성상 이들을 챙기기 위한 특별한 자리는 필수였다. 유명 셰프의 요리와 최상급 와인을 맛보며 공연이나 예술작품을 감상했다.

최근 자동차회사들은 이 같은 행사의 범위와 개념을 확장, 다양한 이들이 '특별함'을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흔히 하기 힘든 경험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노력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상류층 문화를 표현하려는 수단으로 예술을 활용했다"며 "최근엔 미디어의 발달로 문화 예술의 보편화가 이뤄졌고 업체들의 접근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는 하태임 작가와 협업한 '코리안 리미티드 에디션'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벤틀리코리아
단순히 특별한 경험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문화를 만들어가는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이다. 제품을 파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연관 짓고 관련 스토리를 통해 이미지를 정립함으로써 생존하려는 몸부림의 일환이 됐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은 유명 작가를 후원하는 건 물론 협업 작품도 선보이면서 해당 작가가 참여한 한정판 자동차를 내놓는다. 이런 활동들은 대중 브랜드로도 확산하고 있다.


문화 속으로 파고든 자동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예술계 환경도 자동차업계의 참여를 늘린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내놓은 '2023년 연간 미술시장 보고서'를 보면 현재 국내 미술시장은 강력한 조정기에 머물러 있으며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대형 갤러리들은 자동차업체의 각종 행사를 개최하는 것에 관심이 크다.

여러 파트너들과 해온 대형 공연 등은 자동차업계와 관계를 이어온지 오래지만 순수 창작 예술 분야는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등 예술계를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자동차회사들이 예술을 바라보는 범위도 과거보다 확장됐고 긴 호흡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엔 브랜드를 지나치게 앞세우며 예술 작품이나 전시 등과 어우러지지 못했으나 지금은 브랜드 노출을 최소화한 다양한 후원을 통해 기업의 여유로움과 품격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게 추세"라고 했다.

국산차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상향평준화와 환경에 대한 책임 등으로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졌다"며 "차를 구성하는 소재 등 여러 요소를 활용한 업사이클 제품 등도 자동차 디자인이 결국 예술 창작활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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