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발탁 여부보다 더 중요한 고민…공수 단절 이을 '특급 허리' 필요해

이성필 기자 2024. 3. 8.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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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에서 한국은 0-2로 졌다. 공수 단절이 너무 크게 보였다. ⓒ연합뉴스
▲ 한국은 7일 오전 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아시아축구연맹(AFC) 2023 아시안컵 4강전에서 0-2로 졌다. 역대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던 요르단을 넘고 결승에 가 우승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연합뉴스
▲ FC서울의 제시 린가드가 들어오자 찹쌀떡처럼 붙어 방어한 광주FC 중앙 미드필더 정호연.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축구대표팀이 3월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 4차전 태국과의 2연전은 상대보다 우리 분석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당장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예정된 황선홍 임시 축구대표팀 감독의 태국 2연전 명단 발표 기자회견의 화두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발탁 여부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의 4강전 전날 이른바 탁구 게이트의 중심에 있었고 캡틴 손흥민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을 사실상 인정하며 1차 사과를 했다.

이어 프랑스 파리에서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손흥민에게 사과하고 다시 사과문을 올렸다. 김진수(전북 현대) 등 주요 선배 및 동료들에게 모두 연락해 사과했다고 한다. 김진수는 "사과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직접 이강인은 아직 어리고 성장하는 중에 있다며 보듬어 달라고 부탁까지 할 정도로 2월 한 달을 시끄럽게 했던 사건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의 경질과 맞물리면서 화학적 효과는 상당했다.

황 감독은 고민이 깊어졌다. K리그1 개막주에 전북 현대-대전 하나시티즌, 광주FC-FC서울전을 직관했다. 마이클 김(김영민) 수석코치, 조용형, 정조국 코치 등은 울산 HD-포항 스틸러스, 인천 유나이티드-수원FC전을 관전했다. 황 감독은 주중 전북-울산의 2023-24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8강 1차전까지 보며 심혈을 기울였다.

해외파는 따로 경기 영상을 확인하며 발탁 여부를 고민했다고 한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주로 새벽에 경기가 열려 생중계를 보는 경우도 있었고 편집된 영상을 추후에 보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일단 팀 조직력이 우선이고 내용 이상으로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에서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는 요르단과의 4강전이었다. 정상적인 공격 전개와 빠른 역습을 모두 섞어 얻어맞았고 0-2로 졌다. 더 큰 점수로도 패할 수 있는 역대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중앙 수비 공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측면으로 볼이 돌다가 끊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 황인범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요르단과 4강전 전체 패스 중 손흥민에게 연결된 것(파란색 화살표), 단절이 눈에 띈다. ⓒ아시아 축구연맹(AFC) 갈무리.
▲ 중앙 미드필더 박용우의 요르단전 패스, 황인범에게 가장 많이 갈 정도로 킬러 패스가 없었다. ⓒ아시아 축구연맹 갈무리 ⓒ아시아 축구연맹(AFC) 갈무리
▲ 포항 스틸러스 조르지를 막는 전북 현대 이수빈(오른쪽 등을 보이는 인물). ⓒ연합뉴스
▲ 버밍엄 시티의 백승호.

이는 AFC의 당시 경기 기록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두 중앙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 황인범(츠르베나 즈베르다)의 패스 횟수와 방향을 보면 더 그렇다. 박용우의 앞에서 공격진과 조금 더 가까이 붙었던 황인범은 총 93회의 패스를 시도했다. 왼쪽 측면 수비수 설영우(울산 HD)가 19회로 가장 많이 받았고 그다음이 손흥민으로 14회였다.

손흥민이 공격 2선과 중앙 공격수 어디든 이동하면서 패스를 받으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이는 황인범이 뿌린 패스에서 손흥민에게 닿은 위치를 보면 알 수 있다.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한 차례 들어간 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중앙선 부근에서 전달됐지만, 아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이강인이 12회, 황희찬(울버햄턴)이 10회, 이재성(마인츠05) 9회를 전달받았지만, 전방에서 볼이 유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소용이 없었다. 패스가 아크 좌우로는 전혀 닿지 않았다. 소위 손흥민 존으로 들어가지 않은 셈이다.

더 뒤에서 자리를 지켰던 중앙 미드필더 박용우에게서는 대지를 가르는 롱패스가 나오지 않았다. 가장 많이 패스를 연결한 상대로 바로 앞이나 근처의 황인범이었다. 빌드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롱패스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등의 도전적인 패스가 필요했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

과거 대표팀의 이런 역할은 기성용(FC서울)이 주로 많이 했다. 현재는 황인범이 이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지만, 수비에 묶이면 해답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요르단이 증명했다.

익명을 원한 A대표팀 출신의 B감독은 사견을 강조하며 "아시안컵 이야기를 다시 하기가 그렇지만, 냉정하게 돌아오면 공격과 미드필드 사이가 크게 벌어져서 상대 수비가 우리를 가둬 놓기에 충분했다. 전방의 공격수가 개인기로 돌파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태국전에서는 이런 단절부터 해결하는 자원이 필요하다는 느낌이다. 나머지 공격진은 모두 검증된 자원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태국은 일본 축구를 오래 이식 받았다. 잔패스를 중심으로 빠르게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인상적인 팀이다. 빠르게 한국 수비를 공략하려고 들어온다면 공격 차단 시 전방을 향한 빠른 패스를 찔러주는 자원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조별리그부터 요르단전까지 이런 시원한 킬러 패스를 통한 골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수 단절을 풀 자원의 보강이 더 절실해 보인다.

서울과의 개막전에서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던 정호연(광주FC)의 이름이 거론되는 이유다. 무작정 상대 공격을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전방을 보는 시야가 상당히 좋음을 확인했다. 울산 HD의 이규성도 전방과 연결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북 이수빈은 울산과의 ACL 8강에서 패스마스터 가능성을 확인했다. AFC 공식 집계 25개의 패스 중 5개의 롱패스가 나왔고 문선민, 한교원, 이동준 등 측면 요원들에게 과감하게 패스해 수비와 경합을 유도했다. 압박에 묶여 있는 것보다는 경합을 통한 기회 창출이라도 하라는 의도였다. 이 과정에서 전반 4분 송민규의 선제골이 터졌다. 이수빈의 롱패스가 이동준에게 닿았다. 오른쪽을 과감하게 돌파한 이동준이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낮게 깔아 패스한 것을 송민규가 골로 연결했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알린 이수빈이다. 물론 같은 위치에는 백승호(버밍엄시티)라는 걸출한 자원이 있지만, 태국이라는 상대를 고려하면 충분히 시험 가능한 미드필더다. 단절된 공수를 붙이면서 경쟁이라는 새로운 대표팀 분위기까지 만들기 위해서는 선택 가능한 자원이다.

월드컵 본선을 향하기까지는 상대의 밀집 수비 공략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4년을 공들였던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의 빌드업에 기반한 전방지향적인 축구가 1년 사이에 사라진 이상, 중심이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윤활유를 바른 새로운 엔진 역할을 과연 누가 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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