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 “제 볼 어때요?”… 류현진 “조언할 게 없구나”

한화 청백전… 21세 문동주·빅리그서 귀환 류현진 선발 맞대결
류, 4172일 만에 대전 마운드
3이닝 1실점 ‘칼날 제구’ 선봬
직구 최고구속 완만한 상승세
문, 3이닝 간 무실점 틀어막아
위기 상황서도 대처 능력 빛나
“피칭 내용에선 선배님께 완패”

프로야구 한화의 자체 청백전이 열린 7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영상 8도로 봄기운이 언뜻 느껴져도 야구를 하기엔 다소 쌀쌀했다. 시범경기도 아닌 자체 청백전임에도 이날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취재 열기는 뜨거웠다. 이유는 메이저리그에서 11년을 보내고 KBO리그로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7)의 선발 등판이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맞상대는 ‘대전 왕자’ 영건 문동주(21)였기에 그 관심은 더욱 컸다.

정식 경기는 아니지만, 류현진이 이글스파크 마운드에서 공을 뿌린 것은 2012년 10월4일 넥센(현 키움)전 이후 4172일 만이다. 오랜만에 올라선 대전 마운드에서 류현진은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투구를 선보였다. 생소할 법한 자동 투구판정시스템(ABS)이 가동됐지만 빅리그를 호령한 류현진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과 근처를 머무는 칼날 같은 제구력으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류현진

구속도 계획대로 착착 올라오는 모습이다. 닷새 전인 지난 2일 라이브 피칭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139㎞를 찍었지만, 이날은 시속 143㎞로 시속 4㎞를 더 끌어올렸다. 날씨가 따듯해지면 직구 최고 구속은 더 오를 전망이다.

류현진은 1회 공 15개만을 던지며 세 타자를 탈삼진 2개를 곁들여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1번 정은원은 2B-2S에서 바깥쪽 높은 직구로 루킹 삼진을 끌어냈다. 다소 높아 보였지만, ABS의 ‘로봇 심판’은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이어 2번 문현빈을 3루 땅볼로 처리한 류현진은 3번 김태연은 시속 136㎞짜리 커터를 한가운데로 던져 꼼짝도 못 하게 만들며 삼진 처리했다.

2회엔 다소 흔들리며 점수를 내줬다.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은 류현진은 1사 뒤 폭투로 채은성을 3루까지 보냈다. 하주석에게 볼넷을 내주며 1사 1, 3루에 몰린 류현진은 7번 이재원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한 점을 내줬다. 이후 8번 이명기를 땅볼로 처리하며 2회를 끝마쳤다. 3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류현진은 김강민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는 등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이날 등판을 마쳤다.

직구(23개), 커터(4개), 커브(10개), 체인지업(9개)을 합쳐 총 46구를 던진 류현진은 직구 평균 시속 141㎞를 기록하며 몸상태에 전혀 이상 없음을 알렸다.

문동주

류현진과 문동주의 맞대결 결과는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문동주의 판정승이었다. 문동주는 1회 2사 1, 2루, 2회 1사 1, 3루에 몰렸으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선보이며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 3회엔 류현진에 이어 삼자범퇴로 이닝을 끝내며 이날 등판을 끝마쳤다. 지난해 KBO리그 신기록인 시속 160.1㎞의 직구를 던졌던 문동주는 이날은 아직 몸이 다 올라오지 않은 듯 시속 150㎞를 넘기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 평균 구속은 시속 144㎞였다.

이날 경기는 7회 채은성의 투런포까지 나오면서 문동주가 선발 등판한 ‘원정(AWAY)’팀이 3-0으로 이겼다. 류현진은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 뒤 류현진은 “12년 만에 밟은 대전 마운드는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개막해서 팬분들의 함성을 들으면 좀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면서 “편하게 던졌다. 다음 시범경기 등판 때는 65구 정도를 던질 수 있게 준비하려고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ABS가 적용된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큰 어려움은 없었다. 공 한 개 정도 빼고는 제가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던 공이 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맞상대였던 문동주에 대해 류현진은 “재능이 좋은 선수다. 투구에 대해 조언할 건 없는 것 같다. 제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몸 관리 잘해라’ 정도다. 몸 관리만 잘하면 알아서 잘할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류현진과 상대한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님과 영광스러운 자리가 주어졌는데, 제 피칭은 좀 아쉬웠다. 이런 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인데, 피칭 내용에선 제가 선배님께 완패했다. 그래도 시즌 전에 이런 모습이 나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화 최원호 감독은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류)현진이의 공이 라이브 피칭 때에 비해 제구가 살짝 흔들렸다. 그래도 구속은 더 나왔다. 시범경기에 더 던지고, 정규시즌에 돌입해 긴장감이 더 올라간다면 시속 140㎞ 중반 이상은 나올 것 같다“면에서 “류현진의 다음 일정은 몸 상태 이상이 없다면 12일 KIA와 시범경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