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임금 하위권’ 항우연·천문연, 우주청 가면 처우 나아질까
열악한 처우 사기 저하·인력난으로 이어질 수도
“우주항공청·공공기관 해제 맞춰 처우 개선 논의해야”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에서도 임금이 낮은 것으로 분류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의 처우가 우주청 개청 이후 개선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항우연과 천문연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와 해외에서 호평받는 달탐사선 다누리, 군집 위성 도요샛 성공에도 불구하고 처우가 열악하다는 내부 불만과 외부 평가를 받아왔다. 우주항공청특별법과 공공기관 지정 해제 등 조건이 형성된 만큼 이번 기회에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항우연과 천문연의 올해 인건비 수권 증액은 공무원 처우 개선율인 2.5%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통상적인 임금인상률과 신규연구원 증원분만 제외하면 동결에 가까운 셈이다.
항우연과 천문연은 출연연 중 항공우주와 천문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지만, 걸맞지 않은 처우에 연구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항우연은 신입사원 연봉 3832만2000원으로 출연연 중 최하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천문연은 전체 출연연의 중간 수준인 4365만6000원이다. 다만 천문연은 전체 직원 평균 연봉이 8653만4000원으로 하위권에 속했다.
두 기관의 처우 개선을 막고 있는 건 인건비 수권 예산이다. 수권 예산은 연구 과제 수주액과 정부 출연금, 인건비 등을 포함한 출연연 예산을 말한다. 출연연은 연구 과제 수주를 통해 예산을 충분히 확보해도 인건비 수권 예산 상한을 넘어서는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 결국, 인건비 수권 상한선을 조정해야만 임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앞서 항우연은 처우 개선을 위해 인건비 수권 예산 상한선 증액을 시도했다. 항우연은 2022년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와 연구진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항우연 측에서 요청한 인건비 수권 상한선 증액분 64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5억원만 늘어났다. 지난해 항우연 인건비 수권 예산 상한선은 947억5000만원으로, 직원은 1000여명에 달한다.
항우연과 천문연은 한국 우주기술 개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항우연은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와 달 궤도선 다누리(KPLO)를 성공시켰고, 천문연은 달 표면 우주환경 모니터(LUSEM) 장비 등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간헐적으로 특별성과급이 나오긴 하지만, 임금 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열악한 처우로 나타나는 문제는 연구원 사기 저하와 인력난 현상이다. 특히 우주항공청 직속 기관으로 연구개발을 수행할 항우연과 천문연에서 인력 이탈이나 기피 현상이 발생해 우주기술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항우연과 천문연 모두 신규채용을 진행하면서 구인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항우연 직원은 “항공우주와 천문 분야 연구기관의 처우가 열악한 이 분야에서 연구하겠다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줄고 있는 것 같다”며 “아무리 이 분야에서 연구가 하고 싶더라도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으니 연구자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항우연과 천문연은 올해 5월 설립될 우주항공청과 지난 1월 발표된 출연연 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희망을 걸고 있다. 우주항공청특별법에 담긴 임금 상한선 폐지 조항과 관련해 항우연과 천문연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출연연이 공공기관의 틀에서 벗어나 인건비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것도 연구자들이 기대하는 대목 중 하나다.
천문연 관계자는 “그동안 기관 차원에서 처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는데, 반영이 덜 된 측면도 있다”며 “물론 우주항공청추진단이 결정할 일이지만, 처우 개선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 만큼 연구자들도 기대감이 커지고는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크리스마스에 네 식구 식사하면 80만원… 연말 대목에 가격 또 올린 호텔 뷔페들
- ‘가전 강국’ 일본에서도… 중국 브랜드, TV 시장 과반 장악
- “감동 바사삭”… 아기 껴안은 폼페이 화석, 알고 보니 남남
- “한복은 중국 전통의상” 중국 게임사… 차기작 한국 출시 예고
- [단독] 갈등 빚던 LIG·한화, 천궁Ⅱ 이라크 수출 본격 협의
- 암세포 저격수 돕는 스위스 ‘눈’…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 설치
- 둔촌주공 ‘연 4.2% 농협 대출’ 완판…당국 주의에도 비집고 들어온 상호금융
- [르포] 역세권 입지에도 결국 미분양… “고분양가에 삼성전자 셧다운까지” [힐스테이트 평택
- 공정위, 4대 은행 ‘LTV 담합’ 13일 전원회의… ‘정보 교환’ 담합 첫 사례로 판단할까
- ‘성과급 더 줘’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에… 협력사 “우린 생계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