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권한 커지고 보호도 강화…양성화 수순 밟나
응급환자 심폐소생술·약물투여 가능해져
대리수술·사망진단 등 9가지 업무는 불가
복지부 "이번 계기로 간호사 지원 강화"
[세종=뉴시스]이연희 기자 = 대규모 전공의 이탈한 의료 최일선에서 법적 근거가 미약한 진료보조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들이 그 공백을 채우는 상황에서 정부가 법적 보호와 보상까지 약속함에 따라 그간 법적 근거 없이 관행처럼 운영되던 PA가 양성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일 간호사가 응급환자에 대해서는 심폐소생술이나 약물투여 등 기존 의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보호와 보상은 강화하는 골자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지침'을 시행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부터 한시적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수련병원과 종합병원에서 PA 간호사들이 전공의의 공백을 채워 진료를 보조하도록 했다.
현장 간호사들의 업무상 어려움을 보완하는 지침이 시행됨에 따라 일선 수련병원 등 대형병원에서 간호사 활용이 눈에 띄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이다.
정부가 일선 병원에 내려보낸 '간호사 업무 수행 기준'을 살펴보면 대법원 판례로 명시된 금지 행위, 예를 들면 ▲자궁질도말세포병리검사 검체 채취 ▲사망진단 ▲의사가 지시하거나 관여하지 않은 의료행위 등은 할 수 없다. 가령 대리수술이나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가지 업무는 간호사가 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대신 회진 형태의 입원환자 상태 파악 업무나 심전도·초음파검사, 코로나19 검사,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 및 약물 투여는 허용된다.
숙련도가 높은 전문간호사는 기관 삽관, 조직 채취 등의 업무도 할 수 있다.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PA)는 프로토콜에 명시된 검사·약물 처방, 진단서·전원의뢰서·수술기록 등에 대한 초안을 작성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의사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복지부는 PA 등 현장 간호사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할 '간호사 업무범위 검토위원회'(검토위)를 구성해 현장의 궁금증에 대해 가능한 신속히 답변해 혼선을 막을 방침이다.
이처럼 약 1만명에 달하는 전공의 공백을 간호사로 버티는 전략을 쓰는 상황이 되자 의사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마땅히 의사가 해야 할 일을 전공의가 없다는 이유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 양성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제대로 자격도 갖추지 못한 PA에 의한 불법 의료행위가 양성화되면, 의료인 면허범위가 무너지면서 의료 현장은 불법과 저질 의료가 판치는 곳으로 변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수술실에서 의사의 수술을 보조하는 PA 제도가 합법이지만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그간 법적 근거가 없어 관행적으로 PA 간호사 제도가 운영돼온 만큼 불법진료에 내몰리거나 소송의 위험에 놓였다.
지난해 상반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이슈 당시에도 PA 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가 법적으로 명확히 근거가 없고 책임 소재 불분명성 및 의료기관에서의 관리체계 부재 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전공의 이탈을 경험한 만큼 향후 국내에서도 PA 간호사가 합법화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특히 이번에 98가지 의료행위 중 간호사가 직급, 자격에 따라 수행할 수 있는 업무를 명시한 것은 빠른 제도화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유정민 보건복지부 중수본 과장은 전날 MBC라디오 '뉴스하이킥'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계기로 간호사들이 숙련된 의료인으로 성장해서 경력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떠난 이후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도 "이런 일을 디딤돌 삼아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더 발전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국민곁을 지키고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지지했다. 의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현재의 의료체계 개편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dyhle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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