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한국 제친 중국…'해외 젊은인재' 유인에 돈 풀었다

박정연 기자 2024. 3.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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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의 야경.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해외의 젊은 인재를 영입하는 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이미 학계 영향력에서 미국을 압도하고 기술 평가 수준으로 한국을 제친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 인재 수혈에 팔을 걷으면서 국내 이공계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학기술 11대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 수준이 처음으로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사실이 정부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 평가는 11개 분야 136개 국가적 핵심기술에 대해 주요 5개국의 논문과 특허를 분석한 정량평가와 전문가 1360명의 조사를 거친 정성평가를 종합해 실시됐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술 수준은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봤을 때 유럽연합(EU)이 94.7%, 일본이 86.4%, 중국이 82.6%, 한국이 81.5% 순으로 평가됐다. 지난 2020년 동일 평가에선 한국은 80.1%로 중국(80%)에 간신히 우위를 점했지만 결국 2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중국은 선도국도 제치고 있다. 네이처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네이처 인덱스 셰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자연과학 연구 영향력은 미국을 추월해 1위로 올라섰다. 중국은 이 지표에서 전년 대비 21.4% 증가한 1만9373점을 받았다. 미국은 전년 대비 6.9%가 감소한 1만7610점을 받아 2위로 내려앉았다. 2017년 중국은 자연과학 분야 논문의 양에서 미국을 앞선 데다 이번에는 '질'까지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국제 학계에서 명실공히 신흥 과학기술 강국으로 올라선 중국은 최근 해외 인재 수혈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중국 국가자연과학재단(NSFC)는 지난해부터 '젊은 국제 우수학자 인재 초청' 프로그램을 출범하고 해외 인재 확보에 나섰다. 올해 1월 시작된 프로그램은 참여 유형에 따라 연구사업당 최대 80만위안(약 1억4776억원)을 지원한다. 이 기금은 중국 내 각 대학과 자금지원을 1:1 비율로 부담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중국 주요 대학의 이공계 신임교원 초빙공고를 살펴보면 평균 200만~300만 위안(약 3억 6940만원~5억 5410만원)이 해외 인재에게 지원된다. 중국과학원 산하 항공우주정보연구소(AIR)는 지난해 낸 해외 연구원 초빙 공고에서 기본 보수 외에 500만~1100만 위안(약 9억~20억원)의 정착 자금과 100만 위안(약 1억8500원)의 생활수당을 제시했다. 이 초빙공고에는 NSFC가 운영하는 해당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이같은 처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 담겼다.

'젊은 국제 우수학자 인재 초청'의 지원 자격은 1983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다. 30대 인재가 주된 대상이다. 이같은 중국의 국제 인재 초빙 프로그램은 앞서 정부 차원에서 이뤄졌던 과학기술 인재 초빙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1990년대 초반 시작됐던 백인계획·천인계획은 연륜있는 해외 석학을 초빙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후속 정책격인 만인계획은 자국 내 인재 양성에 주력했다.

중국의 자금기반 인재 유치 정책은 한국의 이공계 인재들의 진로 결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과학기술원 한 교수는 "지금은 중국에 자리를 잡는 인재 수가 많지는 않지만 이같은 파격적인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이어지면 앞으로 중국행을 택하는 인력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과학기술 인재 유치 정책 자체가 위험하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백인계획과 같은 중국의 글로벌 인재유치 계획은 기술유출 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켰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2017년 중국의 천인계획에 선발됐던 KAIST 교수가 자율주행차의 핵심기술인 라이다(LiDar) 관련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지난 2월 2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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