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길어서 지루해?' 피치 클락,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서초=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2024. 3. 8.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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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프로야구가 '경기 시간 줄이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야구 평균 경기 시간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자료에 따르면 연장전을 포함한 리그 평균 경기 시간은 1980년대 2시간 55분에서 2010년 이후 3시간 18분까지 늘었다.

불필요하게 경기가 지연되고, 원활하게 경기가 진행되지 못하는 사례를 막고자 KBO는 '피치 클락'이라는 시스템을 2024시즌부터 리그에 시범 적용하기로 했다. KBO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더케이 호텔에서 '2024 KBO 규정-규칙 변화 미디어 설명회'를 개최했다.

피치 클락은 투수의 투구 간격 시간을 제한하는 규정이다. 투수가 일정 시간 내에 투구하도록 하는 제도로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KBO는 이 제도 도입을 위해 리그 투수들의 평균 투구 간격을 전수 조사해왔다. 평균 견제 시도 횟수, 타자의 타격 준비 완료 시점 등 세부 지표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피치 클락이 KBO 리그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우선 도입 배경에 대해 KBO는 "불필요한 시간 지연을 최소화해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알렸다. 규정에 따르면 리그 전반기엔 피치 클락이 시범적으로 운영된다. 해당 규정을 위반하더라도 이에 따른 제재를 적용하지 않고 구두 경고만 한다.

KBO는 "전반기에는 선수들이 피치 클락 제도 자체를 인지하는 데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퓨처스 리그(2군)에서는 전체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된다.

KBO 제공


상황에 따라 적용되는 시간 제한은 어떻게 될까. 우선 투수의 입장에서 주자가 없을 시 투구 시간은 18초, 주자가 있을 시 투구 시간은 23초로 제한된다. KBO는 "투수는 피치 클락의 시간이 0초에 도달하기 전에 자연스러운 투구 동작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를 위반하면 볼 판정이 난다"고 설명했다.

포수는 피치 클락에 '9초'가 표기된 시점에 포수석에 위치해야 한다. 타자는 '8초'가 표기되면 타격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 이밖에도 투수 교체 시간은 2분 20초로, 이닝 교대 시간은 2분으로 규정했다. 타석 간 시간과 마운드 방문 시간은 30초다.

피치 클락 도입 효과는 어느 정도로 보고 있을까. KBO는 "지금 당장은 시간 단축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선수들이 제도에 적응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이어 정식으로 도입된다면 "3시간 이내로 경기 시간이 단축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기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땐 심판의 재량에 따라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심판은 경기 중 피치 클락 작동에 대한 최종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목적은 빠르고 원활한 경기 운영"이라며 "각 구장마다 계시원이 배치되고, 상황에 따라 심판은 계시원에게 재량에 따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치 컴'도 시즌 중 도입될 전망이다. 이는 투수가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기 위한 전자 장비다.

피치 클락 제도를 운용 중인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 리그(MLB)에선 피치 컴 역시 이미 사용되고 있다. KBO는 "도입이 결정된 후 구단들과 논의를 해서 피치 컴을 리그에서 사용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즌 시작과 동시에 투입되진 못할 전망이다. KBO는 "피치 클락 장비가 미국 전자 장비이다 보니 국내에서 사용하기 위해선 '전파 인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빠르면 2개월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피치 컴이 도입되면 투수와 포수들도 투구 시간 제한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MLB에서 이미 피치 클락을 경험해 본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지난달 23일 "피치 컴을 사용하게 되면 더 수월할 것"이라며 "(피치 클락은) 포수와 사인을 2~3번 바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것뿐이라 피치 컴만 사용할 수 있다면 수월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MLB에서 운영 중인 피치 클락. 연합뉴스


투수의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도 올해 전반기부터 시범 적용될 계획이다. 투수가 발을 빼는 행위를 통해 피치 클락 규정 적용을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KBO는 "투수의 견제 시도, 견제구를 던지는 시늉, 주자가 있을 때 투구판에서 발을 빼는 경우 투수에게 이 규정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투구판 이탈 허용 횟수는 총 3번이다. KBO는 "어떠한 이유로든 한 주자가 다른 베이스로 진루하면 투구판 이탈 횟수는 초기화된다"며 "전반기엔 투구판 이탈 제한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서초=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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