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책을 살려내는 인플루언서의 힘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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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한눈에 바로 드러나는 책이 있는가 하면, 통 이유를 알 수 없을 것 같은, 뭔가 내막이 있는 것 같은 책도 있다.
중고서점에서도 책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책 1권 가격이 30만~4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투박한 제목과 80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 그리고 3만55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책의 인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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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MBA (10주년 기념 증보판)
조시 카우프만 지음, 박상진 ·이상호 옮김 l 진성북스(2024)
모든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가 될 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한눈에 바로 드러나는 책이 있는가 하면, 통 이유를 알 수 없을 것 같은, 뭔가 내막이 있는 것 같은 책도 있다. 요즘 서점가에서는 무려 832쪽의 벽돌 책 ‘퍼스널 MBA’가 대단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다국적 기업에서 근무했고 비즈니스 컨설턴트로서 다양한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연구한 조시 카우프만(Josh Kaufman)이 자신의 경험적 지식을 총정리해 소개한 책이다. 경영 전반에 대한 본질과 핵심이 충실하게 잘 정리된 이 책은 영미권에서도 꾸준히 잘 팔리면서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퍼스널 MBA’는 2014년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저작권자와의 계약 기간이 종료돼 절판됐던 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중고서점에서도 책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책 1권 가격이 30만~4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출판사에는 절판된 책을 다시 재출간해달라는 독자들의 요청이 이어졌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리둥절했던 출판사는 서둘러 재계약을 추진했다. 드디어 개정판 출간 소식이 전해지자 재출간을 기다렸던 독자들은 환영했고, 그렇게 ‘퍼스널 MBA’ ‘10주년 기념 증보판’은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면서 지난 1월25일 출간됐다.
재출간을 기다렸던 독자들이 많았던 터라 예약 판매만으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것은 물론이고, 일시 품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출간 이후 두 달이 넘게 지났지만, ‘퍼스널 MBA’는 여전히 주요 서점 경제경영 분야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투박한 제목과 800쪽이 넘는 엄청난 분량, 그리고 3만55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책의 인기는 쉽게 꺾이지 않을 모양새다. 한때 절판되며 독자들에게 잊혔던 책이 왜 다시 10년 만에 소환되어 주목받고 있는 걸까?
‘퍼스널 MBA’는 소셜미디어에서 ‘돈 많은 언니’로 불리는 인플루언서 염미솔이 2023년 6월에 올린 영상에서 ‘표지가 찢어질 정도로 아껴봤던 책’ ‘집집마다 한 권씩 꽂혀 있어야 하는 책’으로 추천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이 영상은 지금까지 무려 17만여 명이 시청했다. 염미솔은 인스타마켓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1인 기업가’이면서 ‘여성 멘토’로 이름을 알렸고, 현재는 22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Ch. 염미솔’을 통해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절판된 책에 다시 생명력을 부여한 그녀가 얼마나 고마웠을까. 새롭게 출간된 ‘퍼스널 MBA 10주년 기념 증보판’ 책의 뒤표지에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로 당신의 비즈니스 결과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라는 염미솔의 추천사가 들어가 있다.
최근 들어 이렇게 절판되었다가 개정판으로 재출간되거나 복간된 책이 갑작스럽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 책의 인기 비결은 인플루언서 추천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디지털 시대의 인간 광고판’ 역할을 하는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출판 시장에서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극심한 불황 가운데 예기치 않게 횡재를 맞이한 몇몇 출판사들은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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