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과학을 읽어내는 과학으로 한국 과학계를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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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과학'은 연구 활동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과학의 성공과 실패, 성취와 전망을 계량적으로 분석한다.
연구 분야를 지칭하기도 하는 '과학의 과학'은 1970년대 시작된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즉 과학 활동에 대한 계량적 연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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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과학
현대 과학의 성취와 실패 공식을 해독하다
다슌 왕·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노다해·이은 옮김 l 이김(2023)
‘과학의 과학’은 연구 활동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과학의 성공과 실패, 성취와 전망을 계량적으로 분석한다. 연구 분야를 지칭하기도 하는 ‘과학의 과학’은 1970년대 시작된 과학계량학(Scientometrics), 즉 과학 활동에 대한 계량적 연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제 지간이기도 한 다슌 왕과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는 통계물리학자로, 복잡계 연구와 네트워크 과학, 데이터 과학을 과학계를 이해하는 데 적극 적용하였다. 특히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과학의 과학과 혁신센터’를 운영하는 다슌 왕은 기계 학습과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성공한 과학자들은 언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를 발표하는가? 과학적 창의력은 어떤 주기를 따라 발휘되는가? 더욱 영향력 있는 연구의 특징은 무엇인가? 영향력이 높은 연구를 생산하는 연구팀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과학의 과학’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생산성, 연구자의 능력, 영향력 등 과학적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들을 포착해내고, 이것을 계량화하여 서로 다른 연구자들의 역량과 영향력을 비교하거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지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과학자가 출간한 논문들의 피인용 지수로 잘 알려진 ‘h-지수’(h-index)이다.
이 책은 계량적인 지표들이 어떻게 정의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 자세히 소개하면서, 동시에 논문 출판과 피인용에 관한 데이터 자체가 편향을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여러 장에 걸쳐 논하는 ‘마태 효과’(Mathew Effect)는 같은 연구 내용이라도, 이미 저명한 연구자가 저자인 경우 더 좋은 학술지에 출판될 확률이 높고 그 영향력 또한 높아짐을 보여준다. 한편, 출간된 논문에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저명한 과학자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 반면, 대학원생은 경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역마태효과’가 나타난다. 즉, 과학자의 영향력은 연구 성과 그 자체로만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계량 지표가 갖는 의미를 해석하고 의사결정에 반영할 때에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과학의 과학’은 논문 출판과 피인용지수를 중심으로 과학 활동에 대한 분석과 비교,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정책에 매우 유용하다. 예를 들어, 과학자의 생애주기에 따른 성취에 대한 분석은 특히 젊은 과학자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지만, 생애 전 주기에 있는 과학자들에 대한 고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중요한 성과를 폭발적으로 이뤄내는 ‘승승장구 효과’의 기간은 경력 전반에 걸쳐 무작위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공동연구팀의 구성과 규모에 따른 혁신을 분석한 결과는 다양성이 높은 연구팀을 구성하도록 장려하고, 큰 규모와 작은 규모의 연구팀을 골고루 지원해야 더욱 영향력 있는 성취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준다.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롯하여 과학기술정책의 주요 변곡점을 지나는 지금, ‘과학의 과학’은 우리 사회에 어떤 통찰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최고의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은 30~40대의 젊은 과학자들이나, 폭발적인 연구 성과를 내는 ‘승승장구’ 시기의 과학자들의 경력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될까? 재외 과학자와의 네트워크 구축은 한국 과학계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 한국 과학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강연실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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