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대만 서점들의 ‘하루 파업’

최원형 기자 2024. 3. 8.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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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뛰어난 출판문화를 지녔지만, 책 할인을 법률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서점에 한해 정가의 15% 이상 할인해 판매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대만 출판계에서는 우리나라 독립서점 활성화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도서정가제를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그 제도를 책임져야 할 우리 정부는 그걸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있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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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거리

지난 2020년 11월11일, 대형 인터넷업체들의 책 가격 할인 경쟁에 항의하며 대만 서점들이 SNS 등에 ‘하루 파업’을 선언한 모습. SNS 갈무리

대만은 뛰어난 출판문화를 지녔지만, 책 할인을 법률로 제한하는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달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만난 대만 출판인들은 ‘우리도 한국처럼 도서정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하더군요. 대만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독립서점 붐’이 있었는데, 도서정가제 같은 버팀목이 없어 현재 많은 서점이 고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취급 물량이 많은 대형 업체들은 애초 출판사에서 4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사 오고, 다시 이를 할인해서 독자들에게 팝니다. 그러나 작은 서점들은 출판사에서 기껏해야 30%가량 할인을 받고, 그 결과 독자들에게도 원가 수준으로 팔 수밖에 없답니다. 2020년에는 이를 견디다 못한 독립서점들이 ‘하루 파업’을 선언하고 문을 닫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중화권에서는 매년 11월11일 인터넷쇼핑몰들이 ‘할인 축제’를 벌이죠. 대형 업체들의 끝도 없는 할인 경쟁으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린 여러 독립서점이 이날을 맞아 일제히 항의의 목소리를 내는 이벤트를 벌인 겁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서점에 한해 정가의 15% 이상 할인해 판매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명징한 논리로 ‘도서정가제는 합헌’이라 결정 내린 지 1년도 채 안 된 상황에서, ‘책값 깎아 경쟁하라’며 지역 서점들을 내몰고 있는 겁니다. 대만 출판계에서는 우리나라 독립서점 활성화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도서정가제를 주목하고 있는데, 정작 그 제도를 책임져야 할 우리 정부는 그걸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있는 상황.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걸까요?

최원형 책지성팀장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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