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뉴스]네이버, 사우디 향한 큰 그림…1784에서 '네옴시티'까지

CBS노컷뉴스 홍영선 기자 2024. 3. 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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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 '빅딜'
아람코 디지털과 AI 개발 MOU는 '외연 확장' 의미
'LEAP 2024'에 마련된 네이버 부스. 연합뉴스


네이버 '사우디판 CES'서 세계 최초 웹플랫폼 기반 로봇 OS 공개 (24년 3월 5일)
네이버, 아람코 디지털과 손잡고 아랍어 최적화 AI·클라우드·슈퍼앱 구축 (24년 3월 6일)
네이버, 사우디 지능형 교통 시스템 구축 (24년 3월 7일)

네이버가 잇따라 사우디아라비아 발(發) 기술 수출 관련 뉴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사우디에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수출하는 '빅딜'을 성사시킨데 이어 올해부터는 인공지능(AI)과 로봇 등의 분야에서도 거래 성사를 위한 판로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네이버는 어떻게 사우디에 이같은 자사의 기술을 알리게 된 것이고 현재 사우디는 네이버에 얼마만큼의 관심이 있는 걸까요? 네이버의 사우디 사업을 살펴봤습니다.

먼저, 사우디에서는 지금?

현재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주도로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네옴시티란 '미래형 스마트 시티'로, 핵심은 디지털 인프라입니다. 로봇이 물류와 보안, 가사 노동을 담당하는 등 도시가 AI를 바탕으로 돌아가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규모만 해도 서울 면적의 44배에 달합니다. 오는 2030년까지 거주 인구 100만명, 장기적으로 1000만명을 수용하는 게 목표지요. 이를 위해 사우디는 700조라는 금액을 쏟아부을 예정입니다. 당연히 건설사들도 관심이 있을 테고요. '스마트'라고 하니 IT 회사들도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요.

이 스마트 시티 조성을 위해서는 '디지털 트윈'이라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디지털 트윈이란, 디지털 세계에 현실 세계를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입니다. 특히 건물 내부부터 도시 전체까지 데이터화해 정밀한 공간 정보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수주한 겁니다. 1억 달러 규모, 원화로 약 1350억원입니다. 5년 동안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비롯한 5개 도시들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게 됩니다.

사우디는 이를 통해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 실생활과 연관된 공공 서비스에 디지털 혁신을 가미한다는 계획이지요. 이에 따라 네이버는 현지에서 사우디 대중교통공사 등과 업무 협약을 맺는 등 실질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자체 로봇 '루키' 홍영선 기자

네이버는 어떻게 사우디로 향했나

네이버의 사우디 공략은 202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해 11월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팀 코리아' 일원으로 사우디를 방문하게 된 게 첫 시작이었는데요. 처음부터 네이버가 '팀 코리아' 일원은 아니었습니다. 정부가 스타트업 위주의 IT 기업들을 꾸려 사우디를 간다는 소식을 듣고 네이버도 함께 가겠다고 먼저 손을 들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네이버클라우드, 네이버랩스 등과 '팀 네이버'를 결성해 관련 분야 연구개발(R&D)를 해온 네이버에게 사우디는 어쩌면 기회의 땅일 수 있으니까요. 네이버는 이 점을 PT(프레젠테이션)에서 어필했습니다. 이때 △AI △클라우드 △5세대(5G) 통신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이 집약된 네이버의 제2사옥 1784에서 현재 이 같은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했죠.

1784는 디지털 트윈 그 자체로 평가 받습니다. 지하 8층, 지상 28층, 연면적 5만평인 네이버 1784 전체가 3차원 디지털로 구현돼 있는데요. 이를 활용해 서비스 로봇, 인프라 제어, 시뮬레이션, 클라우드 제어 등 다양한 실험과 개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규모의 자체 시험 무대(테스트베드)를 활용해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더욱 빠르게 고도화했습니다.

사우디는 1784에 상당한 매력을 느낀 것으로 전해집니다. 네이버의 사우디 방문 이후 바로 사우디의 자치행정주택부 장관이 1784를 방문한데 이어 이듬해 2월부터 10월까지 사우디 데이터인공지능청, 국가데이터관리단, 사우디 KAUST 부총장, 통신정보기술부장관까지 잇따라 방문한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커다란 건물에서 로봇을 돌려본 경험과 데이터가 있는 곳은 우리 밖에 없는 걸로 안다"면서 "사실적 경험이 주효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4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된 LEAP 2024에 참가한 팀 네이버 부스. 네이버 제공

아람코 디지털과의 '맞손'이 담긴 의미

네이버가 사우디 발로 전하는 일련의 기술 낭보에서 주목할 만한 소식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람코 디지털과 함께 '소버린(Sovereign·주권)' 클라우드와 슈퍼앱을 구축하고, 아랍어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개발을 하는데 협력하겠다는 업무 협약(MOU)인데요. 사실 모든 나라는 자국의 초거대 언어모델을 갖고 싶어합니다. 사우디도 마찬가지고요. 미국이나 중국이 아닌 제3의 나라를 찾고 있었는데 이때 또 네이버가 눈에 띈 겁니다.

아람코는 세계 최대 규모의 석유기업 가운데 하나로, 기업 가치만 2천조에 이르는 큰 기업입니다. 네이버와 MOU를 맺은 회사는 아람코의 디지털 및 관련 기술 전문 자회사이고요. MOU다 보니 어떤 사업을 수주했다는 등의 확정적인 뜻은 없지만, 파트너와의 협력에 따라 더 큰 사업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적적이죠.

지금까지 사우디에서 전해져 온 네이버의 기술 MOU가 디지털 트윈에 수반되는 사업들이었다면, 아람코 디지털과의 협약은 '외연 확장' 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 디지털 트윈 사업처럼 구체적으로 '도장'을 찍은 것까진 아니지만, 협력의 판로를 뚫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사우디판 CES인 LEAP2024에도 참가해 사우디에 자신들의 기술을 알리고 있습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기조연설에 나서 최초 웹플랫폼 기반인 로봇 운영체제(OS)인 '아크 마인드'도 공개했고요.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로봇과 스마트 시티 등 현실에서 구현 가능한 기술도 공급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네이버랩스 백종윤 책임리더는 "오랜 기간 논의를 통해서 사우디가 원하는 기술이 뭔지 확인하는 기간이 있었다"면서 "테크 컨버전스(기술 융합) 기술을 사우디에 소개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 생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네이버의 사우디에 대한 사업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네옴시티, 그리고 더 넓게는 중동까지 네이버의 기술을 어디까지 알릴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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