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이게 도로에서 흉기되는 것"…화물차 단속 현장 가보니

지난달 경부고속도로서 트럭 타이어 분리…반대편 버스 인명사고
경찰, 화물차 과적·불법개조 특별단속
화물차 적재함에 널브러진 쇠붙이…"이게 떨어지면 큰 사고"

27톤 코일을 운송하는 화물 트레일러가 적재함에 안전조치 없이 철제 갈고리나 쇠붙이 등을 방치했다가 경찰에 단속됐다. 정성욱 기자

"저 차량 단속하세요. 27톤 트레일러, 추락 방지조치 위반."

7일 오후 3시 30분쯤 경기 서평택TG 서울 방면 고속도로. 대형 트레일러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 단속원이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을 갓길로 유도했다.

트레일러에는 27톤 무게의 대형 코일이 실려 있었지만, 코일을 고정하는 쇠사슬은 단 두 줄에 불과했다.

차량을 살핀 경기남부경찰청 문숙호 고속도로순찰대장은 70대 운전자 A씨에게 "이렇게 무거운 화물을 실을 때는 확실하게 안전장치를 해서 고정해야 한다"며 "대형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필수"라고 말했다.

결속되지 않은 채로 트레일러에 실려 있는 철제 도구들. 정성욱 기자

하지만 트레일러 적재함 곳곳에는 고정되지 않은 철제 갈고리나 쇠붙이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단속 경찰관은 갈고리를 집어들며 "차량이 달리면 이런 것들은 쉽게 떨어진다"며 "이게 도로 위로 떨어지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쇠붙이 등이 결속되지 않은 점으로 도로교통법 39조 4항(적재물 추락방지 조치)에 따라 A씨에게 벌점 15점과 범칙금 4만원을 부과했다.

적재함에 가벽을 세우는 불법 개조를 했다가 적발된 한 트럭. 정성욱 기자

70대 운전자 B씨는 불과 수개월 만에 자신의 화물차량 적재함을 불법으로 개조했다가 형사 입건됐다. 단속팀은 이날 오후 3시 50분쯤 서평택TG를 지나가던 B씨의 5톤 트럭을 불러 세웠다.

화물차로 판넬을 납품하는 일을 하는 B씨는 자신의 트럭 적재함 4면에 1m 높이 가벽을 세웠다. 높아진 가벽 만큼 더 많은 화물을 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정기 차량검사 당시만 해도 B씨는 차량을 개조하기 전이어서 무사히 검사를 통과했었다. 한국교통공단 단속원은 검사 당시 사진을 내밀며 "이때는 멀쩡했는데 왜 불법개조를 했나"라고 물었고, B씨는 시선을 피하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자동차관리법(물품적재장치 임의변경) 위반 혐의로 B씨를 입건했다. B씨는 현장에서 자필 진술서를 쓰고서야 돌아갈 수 있었다.

화물차 불법 과적 단속에 적발돼 형사 입건된 70대 운전자가 현장에서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다. 정성욱 기자

이날 경기남부경찰청과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등은 과적·정비불량 화물차 특별단속을 실시해 2시간 30분 동안 18대를 적발했다.

단속팀은 암행순찰차를 이용해 도로 위에서도 불시 단속을 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40분쯤 평택제천고속도로를 달리던 1톤 트럭은 적재함에 실은 사다리를 결속하지 않았다가 암행순찰차에 적발됐다.

운전자 C씨는 "매일 운전을 하면서 먹고사는데, 벌점 15점을 몇 번 받으면 생계에 지장이 있다"며 "사고도 나지 않았는데 왜 단속을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단속 경찰 역시 "사다리는 가벼워서 떨어져 사고날 가능성이 크다"며 "예방 차원에서 단속을 해야 한다"고 맞서며 한때 실랑이가 벌이지기도 했다.

7일 오후 경기남부경찰청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서평택TG에서 과적·정비불량 화물차를 실시했다. 정성욱 기자

경찰은 지난달 안성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타이어 분리 사고를 계기로 다음 달 30일까지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지난달 25일 경기 안성시 경부고속도로를 주행하던 25톤 화물트레일러의 타이어 1개가 분리됐다. 이 타이어는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차선을 달리던 관광버스의 앞 유리를 깨고 들어갔고, 운전기사와 승객 1명이 숨지고 승객 1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단속이 시작된 지난 4일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는 147건이 적발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화물차량으로 인명사고가 발생한 만큼 경찰은 도로의 평온한 일상 확보를 위해 사고의 주요 원인인 화물차 과적·정비불량을 특별단속하고 있다"며 "불법 운행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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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성욱 기자 w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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