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누더기 선거구, 목소리 잃은 농촌

김소진 기자 2024. 3.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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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사는 동네를 대표할 국회의원 하나 못 뽑는데 누가 농민 의견을 전하겠어요. 대안을 논의해봤자죠."

올해초 농촌 소멸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농민이 울분을 토하며 한 말이다.

농촌은 생활·문화권이 다른 3∼4개 시·군을 단 한명의 의원이 대표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울분에 찬 농민의 말처럼 국가 균형 발전은 농촌을 대표할 스피커 없이는 공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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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사는 동네를 대표할 국회의원 하나 못 뽑는데 누가 농민 의견을 전하겠어요. 대안을 논의해봤자죠.”

올해초 농촌 소멸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농민이 울분을 토하며 한 말이다.

농촌 ‘인구소멸’의 해결 실마리를 역설적으로 ‘적은 인구’가 틀어막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수가 인구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의 편차를 2대1로 맞추라고 판결했다. 그 결과 수도권 의석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농촌지역 의석은 급격히 줄고 있다.

겨우 한둘 의원을 뽑아도 지역을 온전히 대표하기 힘들다. 농촌은 생활·문화권이 다른 3∼4개 시·군을 단 한명의 의원이 대표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것이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선거구다. 면적이 5410㎢에 달하지만, 이들 지역을 대표할 의원은 오직 한명뿐이다. 반면 면적이 45분의 1에 불과한 경기 수원(121㎢)은 의원 5명을 뽑는다.

매년 누더기 신세를 면치 못하는 선거구 획정도 문제다.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지역일수록 돌아오는 선거마다 스티커처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한다. 다음에는 어느 선거구에 속할지 모르는 지역의 목소리가 실효성 있게 반영될지, 정책이 추진된다고 해도 지속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반복되는 문제에 앵무새처럼 자리하는 변명은 헌법에 근거한 ‘인구 비례성’ 준수다. 하지만 인구 비례성을 지키면서 농촌의 대표성을 강화할 대안은 많이 나왔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대표적이다. 전국을 특정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 정당 지지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선출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22년 내놓은 용역보고서에는 인구비례 원칙을 지키며 지역 대표성을 확대할 다양한 제언이 담겨있다. 거대 지역구가 발생하는 농촌지역 선거구에 추가 지역구 의석을 허용하는 안 등이 그 사례다.

인구 비례성만 강조하면서 소외지역 선거구를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위헌의 위험이 있다. 헌법 제123조 2항에서는 ‘지역간 균형 있는 발전’을 국가 의무로 명시한다.

“이러다 서울만 남겠네.” 국토연구원에서 내놓은 2035년 우리나라 가상지도를 보고 한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다. 가상지도에는 서울만 볼록렌즈를 댄듯 기형적으로 확대돼 있다. 울분에 찬 농민의 말처럼 국가 균형 발전은 농촌을 대표할 스피커 없이는 공언에 지나지 않는다. 수도권만 있는 미래를 방치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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