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면 사랑이 이뤄진다던데" 소문에 줄리엣 가슴 `수난`

이탈리아 베로나의 줄리엣 청동상
관광객 손길에 오른쪽 가슴 부위 구멍 생겨

줄리엣 청동상의 오른쪽 가슴에 손을 얹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방문객.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 청동상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의 손길에 '수난'을 당하고 있다. 베로나는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배경 무대이기도 하다.

7일(현지시간) 베로나 지역지 라레나 등에 따르면 최근 이 청동상의 오른쪽 가슴 부위에 구멍이 생긴 게 발견됐다. 구멍은 몇 ㎜ 정도 크기로 미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구멍의 크기가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972년에 제작된 줄리엣 청동상 원본도 가슴 부위에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지난 2014년 현재의 복제본으로 교체됐다. 수명이 50년 정도인 청동상에서 불과 10년 만에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줄리엣 동상은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운명적인 사람과 사랑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다. 이 때문에 전 세계에서 모여든 수많은 관광객의 손길이 닿으면서 청동상이 닳아 버리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라레나는 2014년 교체 당시에도 줄리엣 동상을 만질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인가를 두고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고 한다. 줄리엣 동상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행위가 저속한 성차별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베로나시는 줄리엣 청동상이 시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되자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현재도 줄리엣 동상은 매일 수백 명, 많게는 수천 명의 방문객으로 둘러싸여 있다.

대부분의 관광객은 줄리엣 동상의 오른쪽 가슴에 손을 얹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 탓에 오른쪽 가슴만 유난히 빛이 난다.

사실 줄리엣 청동상과 이 동상이 있는 '줄리엣의 집'은 줄리엣과 아무 관련이 없다. 베로나시 당국은 작품 속의 분위기와 유사한 주택을 물색해 '줄리엣의 집'이란 이름을 붙였다. 줄리엣 청동상도 작가의 상상력으로 제작됐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