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나라 먹여 살릴 의사과학자 양성, 서울대 첫 문 열었다
서울대가 내년도 의예과 입학 정원을 현재 135명에서 15명 늘리면서 이와 별개로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50명 정원의 ‘의과학과’를 의대 학부에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는 “의과학과는 기초보건과 바이오·헬스 분야를 연구할 의사과학자를 양성할 것”이라고 했다. 의사과학자는 의사 면허를 갖고 있지만 환자 진료가 아니라 새로운 의료 기술, 신약, 첨단 의료 장비를 연구 개발한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절반이 의사과학자다. 세계 상위 제약회사 10곳의 최고기술책임자 중 70%가 의사과학자다. 화이자 코로나 백신도 의사과학자가 개발했다. 이 백신 하나로 900억달러를 벌었다. 모더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도 의사과학자다.
우리나라에선 최상위 수험생들이 의대로만 진학하고 있다. 바람직하다 할 수 없지만 이런 현상이 나타난 지 20년이 돼 간다. 그렇다면 이 인력을 환자 진료만이 아니라 국가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 의료는 이를 외면해왔다. 세계 의료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에 달하는데 한국이 차지한 것은 2%에 불과하고 이마저 의사들이 기여한 것은 ‘0′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너무 다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매년 3300명 의대 졸업생 중 의과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1% 미만이어서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서울대는 2008년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스위스 등 선진국들은 1970년대부터 의사과학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왔다.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는 합동으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인 ‘HST’를 운영한다. 여기서 배출된 의사과학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의료 산업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카이스트와 포스텍 등이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을 원했지만 기존 의사들의 반대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서울대가 의대 정원 대폭 증원을 의사과학자 양성의 기회로 삼으면서 활로가 열렸다. 서울대는 의과학과 학생들을 공대·약대·첨단융합학부 학생들과 함께 교육시켜 융합을 체감하게 하고 진료 의사가 아닌 우수 연구인력으로 남도록 적극 유도하겠다고 했다. 경기도 시흥에 의과학 연구 허브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하버드대 병원 의사 3000명 중 3분의 1이 의사과학자다. 이스라엘 명문 테크니온 공대 내 의대는 바이오 산업 중심지이고, 미국 일리노이 공대는 내부에 의대를 두고 있다. 서울대는 최고 수준의 의대생과 최고 수준의 과학 공학 인프라를 갖고 있다. 늦었지만 의료 산업 선진국들을 따라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서울대만이 아니라 카이스트, 포스텍 등 좋은 과학 공학 인프라를 가진 대학들도 자유롭게 의과학을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어야 하고, 의사들도 이에 대해서만은 반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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