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일값이 끌어올린 물가, 땜질 처방으론 못 잡는다

2024. 3. 8. 03: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설 연휴가 끝난 지 한참 지났는데도 과일 값이 떨어질 줄 모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2월 과일 가격은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34.6%나 급등했다.

그러나 이것으로만 최근의 가격 급등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없지 않다.

가공식품의 경우 국제 곡물가 인상으로 가격을 일제히 올렸지만 곡물가 하락 이후 가격을 내렸다는 소식은 없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사과 금배 등 17년만의 최고 수준
유통단계 왜곡 부정 없는지 살피길

설 연휴가 끝난 지 한참 지났는데도 과일 값이 떨어질 줄 모른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 2월 과일 가격은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 무려 34.6%나 급등했다.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귤은 무려 92.7%, 배는 83.8%, 사과는 18.8%나 올랐다. 농산물(21.6%)과 채소류(20.9%)도 2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토마토 89.2%, 시금치 59.2%, 파 50.1% 등이다. 여기에 부산은 버스 도시철도 등 대중교통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5%를 찍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전국 평균도 3.1%나 된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의 한 과일가게. 손님들이 과일 값에 놀라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한다. 국제신문 DB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은 시장 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6대 과일 중 생산량 25%가량을 차지해 국민과일이라고 불리는 사과는 크기가 조금 굵다 싶으면 개당 1만 원짜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냥 사과가 아니라 금사과다. 사과 값이 뛰자 대체수요가 늘어난 귤도 가격이 천정부지다. 한 묶음에 4000~5000원이던 대파는 1만 원을 줘도 양이 절반 밖에 안 된다는 푸념이 들린다. 채소류는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확연한 내림세였으나 추석 연휴 무렵인 10월을 기점으로 돌아선 뒤 지금에 이르렀다. 농산물이나 과일은 다른 품목과 달리 체감 민감도가 높아 가격이 조금만 뛰어도 심리적 부담이 크다. 문제는 이런 오름세가 당분간 꺾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신선식품의 가격 폭등에 나름 이유는 있다. 기상 여건과 병해충 등으로 작황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특히 사과나 배의 경우 지난해 봄철 저온 등으로 수확량이 평년보다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대파도 폭설 등으로 인한 출하량 격감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이것으로만 최근의 가격 급등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없지 않다. 한반도 온난화에 따른 사과 재배지 여건 변화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대체수요 증가라는 이유만으로 귤 값이 배 이상 오르는 현상도 정상은 아니다. 가공식품의 경우 국제 곡물가 인상으로 가격을 일제히 올렸지만 곡물가 하락 이후 가격을 내렸다는 소식은 없다. 덕분에 국내 식품회사 영업이익이 폭등했다고 한다. 비합리적 가격 조정이 과일이나 농산물에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9번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했다. 지난해 물가가 2%대로 안정되자 조만간 인하를 점치는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다시 시작된 3%대 물가는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고물가가 장기화하면 조기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자칫 경기 회복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가격이 급등한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적정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대체 가능한 수입품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무엇보다 생산지 여건 변화를 빌미로 누군가 유통단계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정부와 지자체가 잘 살펴야 한다. 사실이라면 이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기만하는 행위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