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빵과 장미

이은정 기자 2024. 3.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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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세계 여성의날이다.

미 매사추세츠주 로렌스 여성 노동자들은 1912년 파업을 하면서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구호를 사용했다.

이후 '빵과 장미'는 여성의날을 상징하게 됐다.

1975년 유엔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날로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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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은 세계 여성의날이다. 1908년 3월 8일 비인간적인 노동에 시달리던 미국 여성노동자 1만5000여 명은 뉴욕 럿거스 광장에서 시위를 했다. 이들은 “생계를 위해 일할 권리도 원하지만 인간답게 살 권리 또한 포기할 수 없다”고 외쳤다. 럿거스 궐기 이후 시인 제임스 오펜하임은 1911년 ‘빵과 장미’라는 시를 발표했다. “몸도 마음도 모두 굶주렸네. 우리에게 빵을 달라. 장미도 달라”는 내용이다. 시에서 빵은 일할 권리, 장미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뜻한다.


미 매사추세츠주 로렌스 여성 노동자들은 1912년 파업을 하면서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이라는 구호를 사용했다. 이후 ‘빵과 장미’는 여성의날을 상징하게 됐다. 1975년 유엔은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날로 제정했다. 남녀 차별 빈곤 등 여성 문제가 심화하면서 이를 해결하려는 여성들의 국제연대가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인 1920년대 여성인권 운동가인 나혜석과 박인덕 등이 세계 여성의날을 기념했으나 일제 탄압으로 맥이 끊겼다. 그러다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1985년 서울 명동에서 세계 여성의날을 기념하는 한국여성대회를 열면서 명맥을 이었다.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된 것은 ‘양성평등기본법’이 개정된 2018년이다.

프랑스의회가 지난 4일(현지시간) 여성의 임신 중지(낙태) 자유를 담은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헌법상 낙태할 자유를 보장한 나라는 프랑스가 처음이다. 이미 법으로 임신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고 있어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러나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등을 법적으로 보장받는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는 2019년 4월 헌법재판소가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보면 여성의 권리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사례가 숱하다. 성별 평균 소득차가 한 예다. 2022년 기준 남성의 평균소득은 414만 원으로 여성(271만 원)의 1.5배에 달했다. 격차는 전년(133만 원)에 비해 10만 원 더 늘어났다. 성폭력이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여성도 여전히 많다.

성평등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공약이라며 부처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여가부 기능을 어떻게 흡수하고 통합할지, 양성평등 추진 방법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여성계 물음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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