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85] 공산당의 무서운 찻집
중국인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꼽는 일곱 가지의 물건이 있다. 연료[柴], 쌀[米], 기름[油], 소금[鹽], 장류[醬], 식초[醋], 그리고 찻잎[茶]이다. 중국인들은 이를 “삶에서 해결해야 할 일곱 가지 일(開門七件事)”이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는 ‘생필품’으로 보기 어려운 물건도 있다. 간장이나 된장을 가리키는 장류, 그리고 식초 등은 생활필수품이라고 하기보다는 조미품(調味品)에 가깝다. 음식의 ‘맛’에 몰두하는 중국인의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음료에 해당하는 차는 더 그렇다. 일종의 기호품(嗜好品)이라고 해야 좋을 품목이지만, 중국인들은 삶에 꼭 필요한 물건으로 이름을 올렸다. 찻잎 값이 매우 비쌌던 당(唐)과 북송(北宋)을 지난 뒤에 생긴 현상이랄 수 있다.
중국인 일상에 이 차는 늘 등장한다. 특히 손님을 대접하는 경우의 대객(待客) 예절에서 찻잎의 쓰임새는 매우 많다. 차 마시기를 권한다는 뜻에서 ‘청차(請茶)’라고도 하는 중국 특유의 이 격식과 예절은 제법 은근하다.
손님이 당도하기 전 물을 끓여야 하고, 도착한 손님에게는 찻잎의 종류를 설명하며, 진한 맛을 좋아하는지 여부 등을 먼저 물어야 한다. 이어 손님이 사용할 찻잔을 적당한 온도로 덥히다가 찻잎을 씻은 뒤 우려내기에 들어간다. 나름대로 인정미 넘치는 격식들이다. 그 뜻은 남을 공경하면서 정중하게 대접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요즘 집권 공산당이 “차 한잔 마시자”고 하면 일반 중국인들은 벌벌 떤다. 불러다 조사를 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열 잔의 차(十杯茶)’가 유행이란다. 간첩 행위를 포함해 국가 안전을 위협하는 열 가지 혐의에 걸리면 공산당의 ‘찻집’에 초대를 받는다는 내용이다. 공경과 중후함의 전통 예법은 사라지고 공산당의 살벌한 다례(茶禮)가 기승을 부린다. 더욱 짙어지는 중국의 그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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