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기생충 정치
지금은 ‘이재명 기생충’ 전성시대… 李는 민주당을 방탄 숙주로 삼아
얼마 전 동교동계 원로 정치인을 만났다. 정치를 떠난 지 10년이 넘고 나이도 여든이 지난 분이다. 자연스레 4월 총선이 화제가 됐는데, “평생 공천 걱정, 당선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공천과 당선에 목매는 현역 정치인이 들으면 대단히 부러워할 얘기였다. 그런데 이어진 말이 놀라웠다. “나는 김대중의 기생충이었다”고 했다. 4선 의원까지 지내며 세상을 쥐락펴락했던 사람이 자신은 기생충에 불과했다고,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 힘주어 말했다. 고해 성사처럼 들렸다.
최근 ‘기생충’이란 말을 정치권에서 또 들었다. 새진보연합 용혜인 의원이 민주당 위성 정당 후보로 두 번째 비례대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다. 개혁신당은 “용 의원은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에 기생해 의석을 약탈했다. 가히 ‘여의도의 기생충’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민주당 위성 정당에는 용 의원 외에도 위헌 정당 심판을 받고 해산된 통진당 출신,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이 있는 한총련 출신의 의석도 예약돼 있다. 여기에 광우병·천안함·세월호 괴담 세력도 4석을 받는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가 5000만 국민을 제치고 혼자서 결정한 준연동형 선거제도를 숙주 삼아 186가지 특권을 누린다는 국회의원을 예약했다. 영화 ‘기생충’을 닮은 입시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2심까지 징역 2년형을 받은 조국 전 장관도 이 대표가 만든 ‘기생충 생태계’에 합류했다.
민주당 내부는 ‘이재명 기생충’ 전성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친명’ ‘신명’ ‘찐명’이라는 사람들이 이 대표에 대한 맹목적 충성과 공천장을 교환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국민이 민주당에 준 보조금과 공천권 등 영양분을 자신을 거쳐 ‘기생충’에게 분배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기생충으로 살지 않겠다고 독립을 선언한 박용진 의원 같은 사람은 곧바로 양분 공급을 차단한다.
기생충은 모두 무척추동물이다. 정치 기생충도 자기 소신을 지탱하는 척추가 없다. 있으면 숙주가 다칠 수 있으니 곤란하다.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헌법에 돼 있지만, 기생충 정치는 숙주인 보스의 이익을 우선하여 그의 지시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 보스가 시키는 일이라면 상식과 이치, 정의에 어긋나도 일단 하고 본다. 사상 유례없는 선거법 단독 처리, 위장 탈당, 입법 폭주, 방탄 국회, 체포 동의안 배신자 색출 등이 그렇게 이뤄졌다. 친명 의원은 이 대표에게 기생하고, 이 대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민주당을 숙주로 삼아 자신의 범죄 혐의에 방탄막을 둘렀다.
국민의힘은 어떤가. 총선을 앞둔 지금 국민의힘을 장악한 사람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다. 한 위원장에게 기생한다고 할 만한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 위원장부터가 정치 신인이다. 출마자 대부분이 한 위원장보다 정치를 오래 했다. 한 위원장이 자기를 숙주 삼아 기생하는 정치인을 허용할 사람 같지도 않다. 어떻게 계산해도 ‘이재명 기생충’의 숫자가 ‘한동훈 기생충’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보인다.
크게 보면 정치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스스로 생산 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제도를 이용해 국민이 낸 세금을 먹고사는 기생충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재명 기생충’들은 공천을 받는 데는 성공했지만, 당선까지 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동교동 원로의 결론은 이랬다. “제 편만 보는 기생충은 절대 정치 지도자로 성공할 수 없다. 나도 지도자가 아니었다.” 그도 한때는 민주당 대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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