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제빙상장 선정, 공정성 훼손 말아야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3월1일 오후.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 한국스피드스케이트의 메카인 태릉국제빙상장 앞에는 100여명의 경기도 빙상인이 모여 ‘국제스피드스케이트장 경기도 건립을 위한 빙상인 염원대회’를 열었다. 경기도빙상경기연맹 임원을 비롯, 미취학 어린이부터 한평생 빙판에서 살아온 80대 빙상 원로가 참여해 국제빙상장의 경기도 건립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태릉빙상장 앞에 도내 빙상인이 모두 모인 것은 대한체육회가 공모를 진행 중인 대체 빙상장의 경기도 건립 당위성을 알리고 정치적 외풍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2월8일 공모를 마감한 대체 빙상장 신청에 경기도는 북부지역 빙상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양주시와 동두천시에 김포시가 신청을 했다. 인천 서구와 더불어 강원도의 춘천시, 원주시, 철원군과 경쟁하고 있다.
국비 2천억원이 투입되는 400m 규격의 국제빙상장 유치에 나선 경기도 지자체들은 지리적 여건과 더불어 건립 이후 활용도 면에서 타 경쟁 도시에 비해 훨씬 용이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빙상선수 등록 기준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424명의 선수가 등록돼 있다. 이어 서울시가 410명이며 강원도는 49명에 불과해 국내 80%가 넘는 빙상선수가 경기도와 서울시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에 나선 경기도 도시들이 서울에서 불과 1시간 이내 거리로 활용도가 높은 반면 강원도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스피드스케이트장에서 봤듯이 원거리로 인해 ‘개장 휴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학생 선수들이 방과 후 이용하는 스케이트장이 1시간 이상의 거리에 세워지면 상당수가 운동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러 오히려 빙상 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는 그동안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꾸준히 우수 선수를 배출하며 화수분 역할을 한 대한민국 빙상의 명실상부한 메카다. ‘논두렁 신화’를 쓴 배기태, 김윤만, 제갈성렬을 비롯해 이강석, 김민선 등 국제무대서 국위를 선양한 수많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를 배출해 왔고 현재도 국가대표 선수의 절반 이상이 경기도 출신 또는 소속 선수들이다. 전국동계체육대회서 경기도가 빙상 종목 20연속 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여러 플러스 요인에도 경기도가 우려하는 것은 공정성 훼손 문제다. 4~5월 최종 후보지가 결정되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남은 가운데 대체 빙상장 건립을 둘러싼 각종 루머가 나돌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정치적인 개입이다. 후보지마다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을 앞세워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대한민국 빙상의 새로운 요람으로 자리할 국제빙상장 건립은 현장 실사와 여러 요인을 검토해 최적의 장소를 정해야 한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정을 빙상인들은 바라고 있다.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말 안 통하는 건 여전해요” 외국인 인력 필수지만… 불통 여전 [경기남부 외국인력 실태조사]
- 인천Utd의 추락… 매년 꼴찌권 허덕 [인천UTD, 2부 리그 강등①]
- 이사진·선수단 물갈이 등 ‘뼈 깎는 혁신’해야 [인천UTD, 2부 리그 강등②]
- 中 선전·英 테크시티, 핵심은 '클러스터 효과' [미리보는 베이밸리 메가시티④]
- “현대 미디어아트와 만난 전통 인형극”…국가무형문화유산 꼭두각시놀음 ‘환상덜미’ 한마
- 사라진 응원 문화에 조용한 시험장 앞 [2025 수능]
- 인천 수능 수험장 현장…웃고 울고, 모두 좋은 결과 얻길 [2025 수능]
- 남영희 한국정신문화계승회 회장 “생활 인성교육 확산에 몸 바칠 것”
- 교문 앞 서성이는 어머니…철문 닫혀도 굳건한 ‘모성애’ [2025 수능]
- 윤 대통령, APEC·G20 순방길… 트럼프 회동 여부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