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김동연 지사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포스트 이재명에 올라타다
도정 휘둘리는 일은 없어야
민주당이 총선 패배를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가 보여주는 징후는 곳곳에 있다. ‘붙었다’, ‘밀렸다’, ‘오차범위 밖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의 발표가 있다. ‘민주당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26%에 그쳤다. ‘국민의힘을 뽑겠다’는 응답(33%)에 오차범위 밖으로 밀렸다. 한국갤럽의 최근 조사 추이도 같다. 민주당 33%, 국민의힘 4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다. 민주당이 앞서는 수치는 많지 않다.
이 흐름을 정식화한 것은 이재명 대표다. 당 전략기획국에 지지율 제고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지역별 체감 여론 등도 체크하라고 했다. 직접 지역구를 돌기 시작했다. 조국신당도 찾아갔다. 힘을 합쳐 윤 정부를 심판하자고 제의했다. 국민의힘을 향한 고발전도 시작했다. 이른바 ‘배우자실 부실장’ 논란이다. 앞선 자의 기름기는 싹 지웠다. 패배 위기감을 가감 없이 표현해내고 있다. 당에서 패배는 이제 금기어가 아니다. 누가 말해도 자연스럽다.
이 대표가 듣기 싫은 논리가 나온다. 4월 총선 패배-지도부 책임-새 당대표 선출. 임종석의 잔류 선언이 기폭제다. ‘모멸적인 대접’(본인 표현)을 받았다. 다들 금방 탈당할 걸로 봤다. 근데 잔류를 선언했다. 언론이 똑같은 주석을 달았다. ‘총선 패배 후 당권을 노릴 것이다.’ 언론은 늘 경쟁 구도를 짠다. 임종석 하나론 재미 없다. 조국을 끌어들였다. 불과 한 달 전까지 진보를 망친 범죄자였다. 그를 향한 지지가 10%를 넘는다. 갑자기 대권 후보다.
우리 가까이에 후보가 또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흙수저 신화·경제 전문가·충청권 대망론.... 상고 출신이 쌓아 올린 인생 역전이다. 나라 경제를 꾸리던 경제부총리다. 대선의 풍향계 충청도 출신이다. 여기에 ‘대권 사관학생’ 경기도지사다. 대선 흥행 지수는 충분하다. 다만, 총선판과 너무 떨어져 있다. 현직 도지사 탓만 할 건 아니다. 홍준표 시장은 먼 대구에서도 정치를 끼고 산다. 김 지사의 원래 캐릭터가 그렇다. 정도(正道), 자중(自重).
어찌 해보려고는 한다. 국민의힘 메가시티에 화력을 모았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가 맞설 무기다. 오세훈의 기후동행카드와도 붙었다. ‘더(THE)경기패스’로 밀고 있다. 의도했건 안 했건, 총선판과 맞물려 있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주장이다. 행정의 영역에도 꼭 맞는 논쟁이다. 옳다. 바람직하다. 그런데 재미는 없다. 총선판을 흔들어 대기엔 닝닝하다. 이걸 김동연 정치의 한계로 보는 이들이 많다. 직진에 머뭇대고 빙 돌아가는 정치. 이랬었는데....
그가 남쪽으로 갔다. 근무 시간에 경상남도를 찾았다. 봉하마을의 노무현 묘를 참배했다. 평산마을의 문재인 부부도 만났다. 느닷없는 방문이니 설명이 필요하다. ‘부산에 행사차 왔다가...’ 정도가 들린다. 그런데 별로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방문 내용도 과감하게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이) 당에 대해 혁신과 통합이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내게) 더 큰 역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중요한 얘기가 있는데 비밀’이란 여운까지 줬다.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에두를 필요가 없다. 김 지사의 대권 드라이브다. 목표가 당권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임종석에게 없는 짐이 그에겐 있다. 현직 도지사. 이걸 벗고 나서기엔 부담이 있다. 그럼에도 그가 그리는 환경만은 짐작이 된다. ‘포스트 이재명’이다. 어쩔 수 없이 상정될 조건이 있다. ‘이재명 총선 패배’다. 그가 직접 말한 건 아니다. 다른 이들이 말하는 조건이다. ‘이재명 패배-김동연 등판.’
-산사에 혼자 남은 해진은 불이 타오르는 아궁이에 혜곡의 유품을 넣어 태운다-(‘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중에서). 질문의 답을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김 지사가 남쪽으로 간 까닭은? 그가 말해 줄 것 같진 않다. 보는 이들이 알아서 해석할 일이다. 분명한 건 그는 호랑이 등에 올랐다는 것이고, 그 호랑이가 아주 거친 품종이라는 것이다. 도정이 휘둘릴까 봐 걱정은 된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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