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산울림 1~3집+컴필레이션, 최초로 정식 해외 발매
“산울림의 사운드가 독특했던 이유는 이전 음악과의 연결고리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불쑥 튀어나온 것만 같았던 파워 트리오 산울림은 퍼즈톤의 기타와 두툼한 베이스 라인, 세차게 울리는 드럼 사운드에 서울의 언더그라운드 포크 음악에 더 걸맞아 보이는 시적인 노랫말을 실었다” 댄 게이머 (영국의 작가·뮤지션)
“90년대 후반 산울림을 처음 알게 된 이후 이들의 음악은 제 인생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안토니 고르구에스 (구에르센 레코드 대표)
한국 대중음악의 큰 획을 그은 ‘산울림’의 걸작 LP가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발매된다. 스페인 재발매 전문 레이블 ‘구에르센 레코드’는 지난해 리마스터를 통해서 국내 재발매된 산울림 LP 전집에 큰 관심을 보여왔으며, 라이선스를 요청하면서 성사되었다. 오는 3월 15일 유럽의 주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산울림 LP는 1~3집과 자체제작한 컴필레이션 [Evening Breeze]로 총 4종이다. 이번에 발매되는 LP들은 모두 구에르센 레코드에서 유럽 현지 제작한 것으로, 국내에서도 수입반으로 유통된다.
90년대 중반, 한국 록에 관심을 가진 일본 팬들이 한국의 중고 레코드 숍을 돌며 산울림의 LP를 싹쓸이하여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고, 2000년대 중반, 유럽과 일본, 남미 등지의 록 팬들에게 산울림과 신중현의 음악은 ‘Korean Psychedelia’ 즉 ‘한국의 사이키델릭 음악’으로 불리며 컬트적 인기를 누렸다. 결과적으로 유럽에서는 산울림 1,2집의 불법 해적반이나 정체불명의 컴필레이션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1977년과 1978년에 발매되었던 산울림 1~3집은 각각 [Vol. 1: Already Now](아니 벌써), [Vol. 2: Spread Silk On My Heart](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Vol. 3: My Heart (My Soul Is A Wasteland)](내 마음 (내 마음은 황무지))라는 제목으로 소개된다.
컴필레이션 앨범 [Evening Breeze]는 산울림의 골수팬이기도한 구에르센 레코드의 대표 안토니 고르구에스가 직접 선곡한 23곡을 2장의 LP에 담았다. 1~3집의 곡들을 제외한 1979년작 4집부터 1983년작 9집까지의 수록곡 중 ‘특급열차 (속에서)’, ‘내일 또 내일’, ‘한낮의 모래시계’, ‘포도밭으로 가요’, ‘무녀도’, ‘새야 날아’, ‘오늘 같이 이상한 밤’ 등 산울림 특유의 역동적 에너지와 독창적 정서가 담긴 작품들이 수록됬다.
국내에서 사랑받은 산울림의 곡이 주로 서정적인 발라드 성향의 작품인데 반해, 초창기 퍼즈 기타(이펙트를 사용한 거칠고 일그러진 소리)와 오르간을 중심으로 한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중심으로 선곡한 점이 특징이다.
거기에 스페인의 일러스트레이터 마리오 페알이 디자인한 신비롭고 화려한 커버 아트를 통해서는 유럽의 팬들이 산울림 음악을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이는지 엿볼 수 있다.
이번 LP 발매에 앞서 영국의 저명한 대중음악 잡지 중 하나인 월간지 신딕(Shindig!) 2024년 2월호에 특집 기사가 실렸다. ‘사이키델릭 서울’이라는 표제로 한국의 록 밴드 산울림을 소개하는 글이었다.
기사는 “경계를 깨부순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로, 록 음악의 전성기보다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했지만 이를 충분히 만회하고 케이팝의 독창적 스타일을 확립했으며, 정치적 혼란과 정부의 규제가 횡행하는 분위기 속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로 시작한다.
김창완이 어떻게 기타를 잡게 되었는지, 음악에 관심 없던 세 형제가 어떤 계기로 함께 연주를 시작했으며 앨범을 만들고 데뷔했는지, 각 앨범들의 음악적 특성은 어떠한지 등등 산울림의 역사와 음악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펼쳤다.
이번에 발매되는 모든 앨범에는 신딕 매거진의 휴 델러가 쓴 영문 라이너노트와 다양한 사진, 당시의 국내 기사 자료 등이 수록되어 있다. 1~3집의 경우 각각 붉은색, 은색, 초록색의 컬러 LP 버전이 별도로 제작된다. LP 제작을 위해 국내에서 지난 2022년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작업한 마스터 음원을 사용했다.
김창완은 “K-POP이 전세계의 사랑을 받는 요즈음, 1970년대에 발매되었던 산울림의 앨범들이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다른 시선으로 구성한 컴필레이션 앨범도 인상적”이라고 전했다. 이번 해외발매 건을 성사시킨 뮤직버스 박종명 대표는 “지난 2월 전세계 예약주문을 통해서 이번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대한민국의 역사적 음반에 대한 전세계 음악인들의 사랑을 확인하였으며,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국의 명반들을 전세계에 소개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울림’은 1977년 1집 앨범 [아니 벌써]를 통해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 등장했다. 당시 40만장 팔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앨범은 2007년 선정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5위에 뽑혔고, 6위는 산울림 2집이 뒤따랐다. 1997년 마지막 앨범의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정규 앨범 13장과 동요 앨범 4장 등 17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했다.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떡해’, ‘개구장이’, ‘산 할아버지’,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회상’,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안녕’ 등 수많은 노래들이 지금도 대한민국 청춘들에게 새로운 메시지로 다가가며 사랑받고 있다. 리더인 김창완(기타, 보컬)을 중심으로 두 동생 김창훈(베이스, 보컬), 김창익(드럼)의 3형제 밴드 산울림의 음악에는 귀에 쏙 들어오는 수려한 멜로디, 기발함과 순수함이 담긴 노랫말, 그리고 누구도 하지 않았던 파격적 사운드가 담겨 있었다.
김창완은 김창완 밴드로 왕성한 무대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배우, DJ, 화가 등 다양한 모습으로 대중과 함께하고 있다. 김창완 밴드는 지난 2023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마지막 헤드라이너로 관객 모두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으며, 지속적으로 전국투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 3년만의 새앨범 ‘나는 지구인이다’를 발표하였으며, 2월에는 스트레이 키즈 창빈과 콜라보한 ‘중2 (모두의 우주를 Respect)’를 발표하여 청춘들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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