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은 있었던 말을 없었던 것처럼 쓰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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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을 살 거라. 그게 영원이다./삶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강릉 출신 박용하 시인의 첫 산문집 '위대한 평범'이 나왔다.
박용하는 시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지금까지 있었던 말을 지금까지 없었던 말처럼 쓰는 자며 오늘까지 있었던 말을 오늘 시작하는 말처럼 하는 자"로 정의한다.
박용하의 산문집은 그의 시 쓰기를 이해하는 지침이다.
지난 2007년 발간된 시인의 시집 '견자'도 최근 달아실 어게인 시인선을 통해 복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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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불화로 타협 거부한 문장
시집 ‘견자’ 복간… 미발표작 수록
“유한을 살 거라. 그게 영원이다./삶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강릉 출신 박용하 시인의 첫 산문집 ‘위대한 평범’이 나왔다. 1989년 문예중앙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평생을 타협과 거부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펼쳐왔다. 박용하는 시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지금까지 있었던 말을 지금까지 없었던 말처럼 쓰는 자며 오늘까지 있었던 말을 오늘 시작하는 말처럼 하는 자”로 정의한다.
박용하의 산문집은 그의 시 쓰기를 이해하는 지침이다. 박용하의 시 쓰기는 ‘한 줄 쓰기’로 시작 한다. 첫 한줄에 시의 전부가 걸려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첫 한줄을 쓰고, 두번째 줄을 쓰는 것이 아니고 다시 첫 한 줄을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시 쓰기의 조각처럼 보이는 문장과 함께 타협을 거부한 데서 비롯된 듯한 생각들이 나온다.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함부로 밖으로 내뱉기 어려운 위험한 말들도 더러 있다.
“글 쓰는 사람이 글 쓰는 사람 만나는 게 되레 가장 피곤하고 거북할 수도 있다. 동업자들에게서 느끼는 친밀감과 역겨움”, “장례식장조차 허영심으로 물들어 있고 과시욕으로 얼룩져 있다”, “이제 기후는 쓰레기와 바이러스와 더불어 이 행성의 미래가 되었다” 등의 문장이다. 시인은 “언어가 피부를 뚫고 나온 산문” 쓰고 싶어 한다. 산문의 저력이 시의 저력이고, 시의 저력이 산문의 저력이기 때문이다.
사무치는 감정과 영동의 풍경도 스쳐간다. 박용하는 산맥 동쪽의 바다 앞에서 “떠났고 도주했고 망가졌고 찢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나 창세기일 것만 같은 바닷가에서 유한을 탐하듯 그대를 원했다”고 말한다. 끼니만큼 가까이 있었던 슬픔 앞에서 바다는 지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주는 장소였던 셈이다.폭설의 밤은 도처에서 ‘우지끈’ 거렸다고 한다.
지난 2007년 발간된 시인의 시집 ‘견자’도 최근 달아실 어게인 시인선을 통해 복간됐다. 3부에는 초판에 없는 미출간 시편들이 수록됐다. 당시 사회의 “타락한 말”에 대한 냉소와 개탄을 통렬하게 담아내 평단의 주목을 받은 시집이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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