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류 따라 물고기 쫓았던 바다 유목민의 애환
어업인 14명 생애사 등 담아
동해바다 근현대사 집대성
이승철 환동해연구원장 공저
5년간 집필 거쳐 3권으로 완성
민속·어업·문학 등 연구 발품
“어촌문화 연구 이정표 될 것”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쓰며 산다.’ 거친 바다에 터를 잡고 생활을 영위하는 어업인들의 삶과 애환을 말할 때 통속적으로 사용되는 말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지금은 ‘해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예측·분석 능력도 높아졌지만, 시계 바늘을 불과 몇 십 년 전으로만 돌려도 예전의 어부들은 그렇지 못했다.
바다에서 어로 작업을 하다가 풍랑이나 해일을 만나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바다에 나가는 것 자체가 일종의 생명 담보형 도전이었기에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는 생사를 초월한 말 까지 등장한 것이다.
그렇게 바다를 개척하고, 어업 입국의 초석을 다진 주인공들이지만, 정작 동해안 어부들의 삶에 대해서는 기록이 너무나 부족하다. 아니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어부들의 삶이 기록을 남기기에는 너무나 지난한 경로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일정한 곳에 정착해 씨 뿌리고 경작해 거두는 농부들과 달리 어부들은 바다에서 계절·해류의 변화에 따라 이동하는 물고기를 쫓아 시종일관 개척하는 ‘바다 유목민’ 같은 삶을 개척했기에 기록을 남기는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자신의 마을 앞바다가 아닌 다른 지역의 바다를 찾아 다니며 물고기를 잡는다는 데서 비롯된‘남바리’라는 명칭이 동해안에서 전승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동해안 어업인들의 삶과 역사를 말해주는 기록이 부족해 많은 아쉬움을 느끼던 차에 갈증을 해소해주는 역작이 나왔다.
환동해연구원 이승철 원장(문학 박사·도시계획학 박사)과 박선희 관광학 박사, 이경화 문학 박사, 강인구 관광학 박사가 강원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아 펴낸 ‘바다에 살어리랏다’ 라는 제목의 책이다.
‘강원특별자치도 어업인 생애사’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고성∼삼척까지 동해안 6개 시·군, 만 60세 이상 어업인 14명의 생애를 추적·채록하면서 어업인들의 삶과 애환, 어업·어촌의 변화와 발전을 이야기형 대하 다큐멘터리처럼 펼쳐내 보이고 있다.
집필 기간만 5년에 달할 정도로 방대한 조사·분석과 연구작업을 통해 400∼500쪽 짜리 책 3권이 완성됐다. 생애사에 등장하는 어업인 14명은 평생 어업에 종사하면서 동해안 어촌·어업의 변화상을 현장에서 이끌고 목도한 증인들이다. 이 가운데는 이미 세상을 떠난 2명의 생애도 포함돼 있다.
강릉시·동해시편에 수록된 이성봉(80·강릉시 견소동) 전 강릉 안목어촌계장은 14살 되던 겨울에 첫 고깃배를 타면서 어부의 길로 들어선 천상 어업인이다. 안목 바닷가에 어선이라고는 나무 목선 몇척이 전부였던 고단했던 시절, 본인 대신 광어잡이를 나갔던 친형이 그날로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생이별하는 아픔도 겪었지만, 가난 극복과 가족들 생계를 위해 쓰린 가슴을 부여 안고 운명처럼 어부의 길을 걸었다. 배 위에서 수경을 쓰고 바다 밑을 보면서 고기를 잡는 ‘수경바리’ 어업에서부터 투망, 명태잡이, 정치망 등 안해 본 어업이 없다.
23년 간 어촌계장으로 일 하면서 고향 안목에 항구(강릉항) 조성을 추진하고, 어촌계 공동어장 보호 등에 앞장선 그는 책 인터뷰에서 “바다는 늘 노력의 대가를 내주는 곳이지만, 욕심내서는 안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저자인 이승철 박사는 동해안 바닷가에서 태어나 공직 등을 거치면서 어업·민속·문학 조사·연구에 매진해 왔고, ‘바다에 살어리랏다’ 집필을 위해 지난 수년 간 동해안 바닷가 전역을 누비는 발품 노력을 마다하지 않았다. 연구자와 현장 어업인들의 땀과 생생한 경험이 더해져 어업인들의 삶과 동해바다 근·현대 역사를 집대성한 기록물이 탄생한 것이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 지사는 발간사에서 “연구·집필자들의 열정적 노력의 결과로 목선 등 무동력선의 시대에서 동력선으로 변화하는 이야기와 연안∼근해∼원양어업으로 확대되는 어업의 근대화, 산업화 격동기를 몸소 겪은 우리 동해안 어업인들의 삶을 담은 소중한 책이 나왔다”며 “어촌 문화 연구에 이정표가 되고, 우리 동해안이 대한민국 어업의 중심지, 해양관광의 중심지로 힘차게 도약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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