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지역주의 정치’ 부숴야

조병욱 2024. 3. 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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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 김시덕 박사는 저서 '한국 도시의 미래'에서 경남 창원에서 전남 고흥에 걸친 산업체를 '방위산업 벨트'로 명명했다.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전남 광양·순천의 우주발사체 조립장, 경남 거제 조선소, 사천의 항공·우주산업, 창원의 방산업체 등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조 전 원장에 따르면 연구소가 위치한 대전 인근부터 경기 안성, 경남 창원·밀양·사천, 충남 천안 등 전국 팔도를 가리지 않고 우주발사체 부품을 공수해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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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학자 김시덕 박사는 저서 ‘한국 도시의 미래’에서 경남 창원에서 전남 고흥에 걸친 산업체를 ‘방위산업 벨트’로 명명했다. 고흥의 나로우주센터, 전남 광양·순천의 우주발사체 조립장, 경남 거제 조선소, 사천의 항공·우주산업, 창원의 방산업체 등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4·10 총선에서 ‘반도체 벨트’ 등 여러 선거구를 하나의 벨트로 묶어 대응하는 선거 전략이 관심을 끄는 가운데 영·호남에 걸쳐 만들어진 산업 벨트에 관심이 갔다. 이 방산벨트에서 나온 최고의 결과물인 우주발사체를 만든 주인공에게 그 이야기를 물었다.

‘나로호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7일 통화에서 들려준 우주발사체 개발 과정은 흥미로웠다.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는 대전의 연구자뿐 아니라 경기·충청·경상·전라 등 전국에 산재한 중소기업부터 대기업 직원들이 함께 쌓아 올린 기술의 결합체였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조 전 원장에 따르면 연구소가 위치한 대전 인근부터 경기 안성, 경남 창원·밀양·사천, 충남 천안 등 전국 팔도를 가리지 않고 우주발사체 부품을 공수해온다고 했다. 참여 기업만 300곳이 넘는다. 연구진이 모인 대전에서는 주로 설계나 개발에 관련된 일을 하고, 전국에 흩어져 있는 크고 작은 기업들은 분업을 통해 부품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는 식이다.

조 전 원장은 나로우주센터 부지 선정 비사도 들려줬다. 당시 정치적 알력 싸움이 치열했다고 한다. 2001년 부지 선정을 앞두고 지리적 입지가 좋은 제주도부터 경남 남해, 경북 울진 등 11곳의 후보지가 경쟁했다. 정치권에선 김영삼정부가 전남 여수에 엑스포를 유치해줬으니 그에 호응해 김대중정부가 경남 남해에 양보해야 한다는 정치 논리까지 더해져 외풍이 거셌다. 기술적 관점에서 제주가 가장 좋은 입지였지만 환경 문제를 우려한 도민들의 반대가 컸다.

당시 실무를 맡은 조 전 원장은 발사 방위각 확보 등 내륙에선 로켓 발사 요건이 가장 좋은 고흥을 추천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경남 창원 출생인 조 전 원장을 향해 ‘호남 출신이라 고흥을 미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결론적으론 고흥이 선택됐고,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는 발사체의 궤도를 추적하는 제주 추적소가 설립됐다. 이곳에서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부터 설계·제작·시험 전 과정이 국내 기술로 개발된 누리호까지 쏘아 올리고 있다. 조 전 원장은 “전국을 넘나든 부품들이 결국 우주발사체 국내 기술 완성을 이끌었다”며 “본질은 기술 그 자체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주 개발 시대가 열렸지만, 지역주의는 아직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조차 건너지 못하고 있다. 이곳을 넘나드는 수많은 물자와 달리 정치는 특정 정당의 연고주의라는 틀에 수십년째 묶여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험지에 몸을 던진 후보가 많다. 이들은 지역주의라는 골리앗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용기가 결실을 맺어 22대 국회에는 영·호남을 잇는 ‘험지 생환 벨트’가 구축되길 기대해 본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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