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미래] 좋은 학교 만들기 정책이 성공하려면

2024. 3. 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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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확보·시설 개선으로 한계
학교장 리더십 개발에 힘쓰고
교사의 전문·헌신성 유지 지원
학부모 역량 개발 방안 마련을
좋은 학교 만들기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중요한 과제이다. 사회의 학교에 대한 변화 요구에 대응하면서 교육의 성과와 만족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공립 고등학교의 자율 운영을 확대하는 ‘자율형 공립고 2.0’,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이 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협약형 특성화고’,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비롯하여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디지털을 활용하는 ‘디지털 교육혁신’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좋은 학교 만들기 정책이 성공하려면 학교의 틀을 바꾸고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고 시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의도한 성과를 낳는 관건은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의 역량과 협력, 실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서로 협력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성열 경남대학교 명예석좌교수·전 한국교육학회장
우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교장의 리더십을 탁월한 수준으로 개발해내야 한다. 교장이 혼자서 또는 직접 학생의 학습과 성취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교사들과 협력하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교 구성원과 함께 분명한 비전을 세우고 그들을 비전과 학교 목표 달성에 헌신하게 이끄는 교장의 존재는 학교의 교육성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학교에는 교과를 가르치는 교원 외에도 다양한 직렬의 인원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들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고 학교 공동체를 형성하는 학교장의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행 교장 자격연수, 승진·임용제도, 현직 연수, 학교장의 지위와 직무 및 권한에 대한 법령 등이 학교장이 리더십을 개발하고 발휘하도록 하는 데 적절한지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사들이 전문성과 헌신성을 높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교사는 학교 교육성과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어맨다 리플리가 한국과 핀란드 등 여러 나라를 비교하여 펴낸 『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2014)에서 재삼 확인했듯이, 교사의 탁월한 역량은 교육 강국을 만드는 핵심임이 분명하다. 교사는 이제 지식의 전달자만이 아니라, 코치, 상담자, 학습관리자, 지도자, 학습자, 교과 개발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돌봄의 비중도 높아가고 있다. 교사가 다양한 역할 수행에 요구되는 전문적 역량을 충분히 갖추어야 할 뿐만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정성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먼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원양성기관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교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현직 교사에게 전문성과 헌신성의 지속적 개발과 유지에 필요한 유효한 연수를 주기적으로 제공하며 적절한 보상으로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 지도에 대하여 학교 구성원 사이에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교사의 직무와 권한에 대한 법령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끝으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부모가 교육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학교 공동체 일원으로서 학교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학부모 역량 개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학부모가 학교 교육의 파트너로서 관심과 신뢰를 기반으로 학교에 심리적·도덕적 지지를 보내며 지원활동을 하는 것은 학교의 변화를 일으키고 교육성과를 향상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학교 구성원 간 여러 종류의 갈등도 학교 공동체 일원으로서 학부모 역량 개발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앞으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육에 대한 이해, 자녀 지도에 대한 이해와 기술, 상호존중과 의사소통능력, 협력 등 학부모 역량을 강화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

학년도가 바뀌면 학교에는 교원과 학부모가 새롭게 들어온다. 따라서 좋은 학교 만들기 정책이 성공하려면 학교장, 교사, 학부모의 역량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추진해야 할 것이다.

김성열 경남대학교 명예석좌교수·전 한국교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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