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3A.M.] 당신을 대신 말해 줄 사람
CEO는 브랜드 홍보대사… 진정성 갖춰야
지난달 23일 아이유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석 장의 손편지를 올렸다. 아이유 신곡 ‘쉬’(SHH‥)에 출연한 배우 탕웨이가 또박또박 적어 내려간 편지다. 탕웨이는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느낀 두 번의 감동적인 순간을 아이유에게 말해주고 싶었다는 말로 시작해 “지은, 내게 이런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요”라며 편지를 맺는다. 그는 편지에 노래로 떠올린 엄마의 이야기를 적었다. 고운 한국어 표현은 감탄스럽고, 아이유를 부르는 호칭 ‘지은’은 귓가에 음성이 들리는 듯 다정하다.
아이유의 신곡들은 초호화 협업을 자랑한다. ‘쉬’만 해도 뉴진스 멤버 혜인, 롤러코스터 소속 싱어송라이터 조원선이 피처링에 참여했고 마지막 내레이션은 패티김이 맡았다. 그러나 아이유가 노랫말을 적으며 담으려 한 느낌과 생각을 가장 풍부하게, 감동적으로 설명해준 것은 탕웨이였다. 훌륭한 ‘대신 말하기’의 사례다.
조직·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하는 더랩에이치 김호 대표의 ‘쿨 커뮤니테이션 매트릭스’에 따르면, 약점은 나의 입으로 밝혀야 위험이 줄어들고, 강점은 남의 입으로 대신 말해야 효과가 증가한다. 스스로 약점을 말하는 데 필요한 것은 리더 자신의 용기와 책임감이다. 반면,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진정성과 설득력을 고루 갖춘 세컨드 스피커는 어느 날 불쑥 등장하지 않는다. 돈으로 사거나 권력으로 만들면 티가 나고 촌스럽다.
자동차 디자인계의 거장 피터 슈라이어는 2021년 말 현대자동차그룹 디자인 경영 사장에서 물러날 즈음 자서전을 내고 일련의 인터뷰를 했다. 그의 삶과 디자인 철학을 담은 책 ‘디자인 너머’에는 정의선 회장을 처음 만난 순간, 둘이 함께 일하며 겪은 인간적 장면들이 나온다. 인터뷰에도 정 회장이 자주 등장한다. “정의선 회장이 추상적 철학을 이해해줬다.” “우리는 처음부터 신뢰했고 서로를 이해했다.” 그를 인터뷰한 김지수 기자는 “중요한 대화의 마디마다 정의선 회장의 이름이 호명됐다. 마치 인터뷰 테이블에 정 회장이 동행한 듯한 기분이었다”고 적었다.
슈라이어는 정 회장이 2005년 기아의 대표를 맡은 뒤 영입됐다. 정 회장의 핵심 성과로 반복되는 ‘디자인 경영’의 핵심 인물이었다. 회장 취임 1년을 막 지난 시점 슈라이어는 정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능력을 대신 말해주는 ‘세컨드 스피커’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정기주총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엔씨는 당시 추천 이유로 엔씨가 ESG경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분으로 설명했다. 그에게 왜 게임회사 사외이사를 맡았는가 하는 질문이 많았다.
최 교수는 인터뷰에서 김택진 대표·윤송이 사장 부부를 만난 인연을 설명했다. “그분들이 저를 찾아와 굉장히 진지하게 ‘이걸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하는데 거절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ESG의 핵심 개념인 다양성으로 엔씨와의 접점을 설명하고 있다. “엔씨는 더 높은 차원의 다양성을 구현할 수 있는 조직이다. 게임을 즐기면서 삶의 다양성을 구현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나.” 엔씨가 스스로 내놓았다면 지극히 수사로 들렸을 말들이다.
여전히 경영만 잘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는 CEO가 많다. 나를 알리는 일은 민망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적잖다. CEO 브랜딩을 하는 미국 스털링 마케팅 그룹의 카렌 타이버 르랜드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CEO는 좋든 싫든 오늘날 회사의 최고 브랜드 홍보대사 역할로 캐스팅됐다. 브랜드 홍보대사로서 CEO가 해야 할 일의 핵심은 CEO의 개인 브랜드와 회사 브랜드가 서로 구별되면서도 보완되는 평행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세컨드 스피커는 CEO의 평행 브랜드를 뒷받침하는 세련된 툴이다. 누가 우리 회사의 세컨드 스피커인가.
이인숙 플랫폼9와4분의3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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