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보다 먹고사니즘 중요”···노숙자·약쟁이 판치자 ‘이곳’ 민심 달라졌다
5일(현지시간) 치뤄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투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자, 지역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이 뽑은 기사 헤드라인이다.
이날은 미국 전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이 치뤄진 ‘슈퍼 화요일’이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대결이 확정된 날이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관심은 주민투표에 붙여진 7대 법안과 샌프란시스코 지역 민주당 중앙위원회 선거결과에 쏠렸다.
이날 투표결과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샌프란 민심이 이념 대신 ‘먹고사니즘’을 택했다는 것이다. 7개 법안 중 중도 성향의 정치인들이 내세운 법안 다섯 개 중 네 가지가 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도심에 주택공급을 늘리고, 경찰의 공권력을 강화하고, 마약복용자에게는 현금성 지원을 금지시키고, 중학교 수학교육을 확대하는 내용이다. 모두 샌프란시스코의 급진 좌파 정치인들이 반대했던 것들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지역이자 ‘민주당’의 텃밭이다. 매년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하는 곳이 샌프란시스코다.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낸시 펠로니 전 하원의원 등이 이곳에 정치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진보’를 넘어 미국에서 가장 ‘급진적’인 곳이기도 하다. 성소수자의 권리와 인종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급진적인 정책이 샌프란시스코를 망치고 있다는 불만이 수년 전부터 터져나왔다. 인권을 강조하다보니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찰의 공권력을 약화시키다보니 범죄율이 높아졌다. 샌프란시스코의 도심에 있는 텐더로인 지역은 노숙자들로 거리가 점령되고, 마약거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악명높은 지역으로 변했다.
치안이 불안해지자 기업들이 도시를 떠나고, 관광객들도 샌프란시스코를 피했다. 지난 주에는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유니언스퀘어의 메이시스 백화점이 문을 닫는다는 발표까지 나왔다.
이처럼 진보성향의 정치인들이 샌프란시스코의 평범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자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온 것으로 언론은 분석했다. SF크로니클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투표율은 43%로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35% 수준을 웃돌았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내에서도 재산이 있고 보수적인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마더존스의 편집장인 클라라 제프리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진보와 온건이라는 프레임으로 샌프란시스코 정치를 잘못 보는 것”이라면서 “주택건설을 막고 수학교육을 없애는 것은 절대 진보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샌프란시스코의 달라진 민심을 보여주는 예선전에 불과하다. 샌프란시스코의 운명을 가를 중요한 선거는 11월 미국 대선과 같은 날 열리는 시장선거다. 중도성향의 런던 브리드 현 시장이 재선에 나서는 가운데, 현 시의회 의장인 아론 페스킨도 시장으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월 선거와 달리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할 경우, 브리드 시장의 재선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급진 좌파 성향의 정치인을 몰아내고 온건한 민주당 성향 정치인을 당선시키는 배후에는 실리콘밸리 테크업계의 부호들이 있다. 블록체인 리플의 창업자인 크리스 라슨,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의 게리 탄 CEO가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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