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에 미세플라스틱 둥둥"...3년 내 심장마비 2배 높다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심장마비, 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망 확률을 두 배나 높일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미세플라스틱은 0.2인치(5mm) 미만에서 1/25,000인치(1마이크로미터, ㎛)에 이르는 조각으로 이보다 작으면 나노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이 나노·미세 플라스틱은 물과 토양, 공기 등 어디에나 존재하고 최근에는 이로 인한 생수, 상수도 오염 관련 소식이 이어져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전문가에 따르면 특히 신체 건강에 위협적인 것이 바로 나노플라스틱으로 소화관이나 폐의 조직을 통해 혈류로 이동이 가능해 신체 각 기관의 세포 손상,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경동맥 미세 플라스틱, 사망 위험 높여
정확하게 이번 연구에서는 경동맥 조직에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존재할 경우 이후 3년 내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동맥은 목의 양쪽에 위치하며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운반하는 통로로 플라스틱이 다른 이물질과 함께 이곳에 쌓이면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 가장 안쪽 막에 콜레스테롤 침착이 일어나고 내피세포가 증식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연구진은 경동맥 내막 절제술을 받은 257명의 목 동맥에서 플라크 조직을 채취하고 전자 현미경 등으로 확인한 결과 150명의 샘플에서 비닐랩, 비닐봉지, 음식 및 음료 용기에서 사용되는 폴리에틸렌을 발견했다. 종이, 페인트, 섬유, 살충제 등 수백 가지 소비재 생산에 사용되는 염소가 발견된 샘플도 있었고 31명의 샘플에서 PVC로 불리는 폴리염화비닐도 검출됐다.
이렇게 경동맥 조직에서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된 참가자들을 34개월 추적 관찰한 결과 심장마비나 뇌졸중 혹은 모든 원인으로 조기 사망할 가능성이 일반 성인에 비해 두 배나 높았고 플라크 조직에서 염증 증가 징후도 발견됐다. 해당 연구는 최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됐다.
인간 질환과 연관성 증거, 연구 더 필요
필립 랜드리건 미국 보스턴칼리지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가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의 심혈관 질환 발병 여부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증거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적어도 죽상동맥경화증을 겪은 사람에 한해 심혈관 질환과 미세 플라스틱의 연관성에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공했다는 평가다.
앞선 관련 연구를 통해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의 혈액, 폐, 간 조직, 소변과 대변, 모유, 태반 등에서 발견됐고 미세 플라스틱이 각종 세포 손상을 일으키고 조직에 박혀 염증을 유발함을 확인한 바 있다. 동물 연구의 경우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심박수 변화와 심장 기능 저해를 유발할 수 있음을 발견했고 꿀벌 실험을 통해 음료로 섭취한 미세플라스틱이 뇌 장벽을 침투해 뇌의 인지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알아낸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인 라파엘레 마르펠라(Raffaele Marfella) 이탈리아 반비텔리대 내과 교수는 인체 심혈관 질환과 플라스틱의 연관성을 확인한 이번 연구의 의의를 높게 평가하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연구 결과를 보완하고 설득력을 얻기 위해 다른 연구와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분석 등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플라스틱 사용 줄여야, 물은 끓여 마셔
앞서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은 생수 1ℓ 제품에서 플라스틱 뚜껑을 여닫는 과정 등으로 생긴 플라스틱 입자 24만 개를 검출됐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그 중 90%가 인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나노플라스틱이다. 심지어 생수는 플라스틱 용기에 담는 수천 가지 식음료 제품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이 공포감을 키웠다.
이미 플라스틱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이 관련 오염을 피하는 것은 사실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평소 사용하는 여러 용기를 스테인리스강, 유리 용기로 바꾸는 등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아이들이 먹는 분유, 모유 등의 경우 플라스틱 용기 채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는 안되며 플라스틱 용기를 식기 세척기에 넣는 것도 열에 의해 화학물질이 빠져나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를 쓰고 커피 등 음료를 마실 때는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한다. 회사 등에 갈 때 수저 등 식기류를 따로 챙기면 플라스틱 스푼이나 일회용 젓가락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생수나 수돗물에 가득한 나노·미세 플라스틱이 걱정된다면 물은 항상 끓여 마시도록 하자. 최근 미국 화학회(ACS) 학술지 《환경과학 및 기술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에 실린 중국 광저우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수돗물을 끓이는 것만으로도 나노·미세 플라스틱을 최대 90% 제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근정 기자 (luna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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