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간편하고 맛있게… 다양한 소비가치 채운다

권이선 2024. 3. 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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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키우는 대안식품 업계
신세계푸드, 식물성 순대볶음 출시 눈길
CJ제일제당·풀무원 등 배양육 연구 매진
동원 F&B, 美업체와 독점계약 시장 공략
적은 소비층·높은 기대치 충족 등 과제
축산업계와의 갈등도 시장 확대 걸림돌

생존과 번식,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육식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영양학적뿐만이 아니라 과학, 경제, 정치적 이유로 육식을 거부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대체육 시장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특히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맛과 식감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대안식품 시장이 푸드테크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투자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대안식품 시장 규모는 2026년까지 국내에서 2800억원, 2025년까지 세계시장에서 178억달러(약 2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대체육 시장의 고성장 덕분에 전체 육류 소비 중 대체육 비중도 2025년 10%에서 2030년 28%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4일 신세계푸드 대안식품 설명회 ‘베러클래스’에서 민중식 R&D센터장이 대안육, 대안유 등 신세계푸드의 대안식품의 개발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신세계푸드 제공
다양해진 소비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 주요 식품기업들도 앞다퉈 대체육 산업에 뛰어들었다. 2016년부터 대안식품 연구개발을 시작한 신세계푸드는 대안식품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와 ‘유아왓유잇(You are What you Eat)’을 통해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일 신세계푸드는 대안식품 개발방향 설명회 ‘베러클래스(Better Class)’를 열고 글로벌 대안식품 시장의 전망에 따른 대안식품 개발방향을 설명하고,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한 대안육, 대안유, 대안치즈 등을 선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원물을 넘어 급식과 외식 등 음식 자체를 소비자에게 직접 제공하는 사업 역량을 통해 차별성을 강조한다. 송현석 대표이사는 “원물을 만들면서 동시에 그 원물로 요리를 만든다는 점에서 신세계푸드가 조금 더 (대안식품 분야에서) 확장성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선보인 ‘유아왓유잇 식물성 순대볶음’은 대표적인 동물성 식품으로 여겨지는 순대를 100% 식물성 원료로 만든 제품이다. 대두단백·당면·양배추·당근·양파·마늘 등 식물성 원료로 순대의 식감을, 카카오 분말로 순대의 색상을 구현한 누드 순대다. 여기에 프리미엄 순대 전문점 순대실록 레시피와 접목한 순대볶음 밀키트를 개발해 소비자들이 대안식품에 대한 거부감 없이 간편하게 즐기며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유아왓유잇 식물성 순대볶음은 G마켓, SSG닷컴 등 온라인몰뿐 아니라 유아왓유잇 코엑스점에서 판매한다. 가격은 1팩 1만4980원이다.

민중식 신세계푸드 R&D(연구개발) 센터장은 “국내외 대안식품 업체들이 대부분 대안육·대안유나 대안치즈 등 원물이나 소재 개발에 집중하다 보니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식품으로 다가가 시장 확장이 더딘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대안식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식물성 간편식이나 외식 메뉴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유아왓유잇 식물성 순대볶음. 신세계푸드 제공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농심, 동원 F&B 등도 식물성 대체육과 동물의 살코기나 근육세포를 배양해 만든 배양육 연구개발에 힘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2년 말 FNT(Food&Nutrition Tech) 사업부문을 신설하고 식물성 단백, 배양 단백 등을 연구하는 FNT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앞서 2021년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출범한 뒤 만두와 김치, 떡갈비, 함박스테이크 등 대체육 제품군을 선보인 데 이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2021년 ‘식물성 지향 식품(Plant Forward Foods) 선도 기업’을 선언한 풀무원은 두부텐더, 두부면, 두유면, 식물성 숯불직화불고기, 식물성 런천미트 등 30여종의 대안식품을 선보이고 있다. 풀무원은 지속가능 식품 전문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을 연매출 1000억원 규모 브랜드로 키우고 2026년까지 대안식품을 전체 매출의 65%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동원F&B는 2019년 미국의 대표적인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 미트’와 독점 계약을 맺고 국내에 소개하기 시작해 동원몰과 지마켓 등 온라인 시장은 물론 전국 이마트와 비건 레스토랑에 공급하며 국내 대체육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성장성에 주요 식품기업들이 대체육 시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지만 시장 확장에 앞서 과제도 산적하다. 여전히 소비층이 적은 데다, 맛과 가격도 소비자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10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대체식품 구매 경험이 있는 전국 20~59세 성인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체식품 개선사항으로 ‘맛’(64%), ‘식감’(47%), ‘가격 인하’(46.5%) 등을 언급했다.

축산업계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축산업계는 대체육이 일반 축산물을 대체해 생산기반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식품 안전에 대한 위협 요소와 윤리적 문제 또한 크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기가 들어 있지 않은 식품에 ‘육’(肉·고기)이라는 표기를 하면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실제로 신세계푸드는 자사 대체육을 ‘대안육’으로 표기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가치가 다양화하고 세밀화함에 따라 이 같은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업계 경쟁이 치열하다”며 “고기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에 달렸기 때문에 저마다 연구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런 경쟁이 더 시장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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