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게임도 시선 집중…대전은 벌써 ‘이글이글’
12년 만에 대전 구장서 뛴 류현진
‘청백전’서 신인왕 문동주와 맞대결
구종 무관 ‘칼날 제구’ 3이닝 소화
공식 유튜브 생중계 7만여명 시청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웠다. 12년 만에 대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37·한화)이 ‘괴물’의 이름값을 했다. 올해 처음 도입되는 ‘자동 볼 판정시스템(ABS)’도 류현진의 날카로운 제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류현진은 7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구단 자체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해 3이닝을 소화하며 안타와 볼넷 1개씩을 허용하고 1실점 했다.
류현진은 이날 특유의 부드러운 투구로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찔러 삼진 3개를 솎았다. 유일한 실점은 2회에 나왔다. 선두 타자 채은성에게 2루타를 허용한 뒤 하주석에게 볼넷을 줘 1사 1·3루에 놓였고, 이재원에게 희생 플라이를 내줘 실점했다.
류현진은 이날 직구 23개 포함, 커브(10개), 체인지업(9개), 커터(4개) 등 46구를 던졌다. 빠른 공 최고시속은 143㎞를 찍었다.
1회 류현진을 상대로 3루수 땅볼로 물러났던 문현빈은 “직구가 찍히는 구속보다 훨씬 빠른 느낌이었다”며 “던지신 변화구가 전부 ‘결정구’처럼 느껴져서 공략하기 힘들었다”고 감탄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경기 뒤 “날씨가 쌀쌀해 (일본 오키나와) 라이브 피칭 때보다 흔들렸다”면서도 “구속이 잘 나와서 정규시즌 때는 140㎞ 중반대까지 오를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현했다.
류현진의 프로야구 마지막 등판은 2012년 10월4일 대전 넥센전이다. 4172일 만에 대전 마운드를 밟은 류현진은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류현진은 담담했지만, 대전 야구장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자체 ‘청백전’을 취재하기 위해 80여명 취재진이 대전으로 모였고, 구단 공식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경기 시청자 수는 무려 7만997명에 달했다.
선발 맞대결을 펼친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는 최고구속 148㎞와 함께 3이닝 2안타 2사사구 1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과 달리 점수를 내주지는 않았으나 투구 내용이 썩 좋진 않았다. 문동주는 “(류)현진 선배님과 함께 던지는 영광스러운 자리가 주어졌는데, 그에 비해 부족했던 것 같다”며 “날씨가 추웠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지만, 현진 선배님이 멋진 피칭을 해서 핑계를 댈 순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문동주의 투구를 지켜본 류현진은 “재능이 너무 많은 선수다.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몸 관리’를 잘하라는 것밖에 없다”며 자책하는 후배를 격려했다.
연습경기를 통해 감각을 확인한 류현진은 오는 12일 KIA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류현진은 “모든 구종이 전체적으로 괜찮다. 다음 시범경기에는 65개 정도 던질 예정”이라며 “개막까지 순조롭게 가고 있는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이날 경기는 올시즌 KBO리그에 세계 최초로 도입되는 ABS로 치러졌다. 류현진은 “(하주석 타석) 1개를 빼고는 제 생각과 거의 비슷한 콜이 나와서 괜찮았다”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을 만한 공이 스트라이크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은 “볼인 것 같은데 스트라이크로 판정된 공이 몇개 있었다. 일관성은 확실히 있으니 적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며 “포수로서 투수들과 잘 준비해 대처하겠다”고 했다.
대전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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