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에서도 축구는 계속된다…보통의 삶이 그러하듯이
“팔레스타인의 첫 아시안컵 16강
라디오 통해 결과 듣고 기뻤다”
“테러·잔인한 현실 잠시나마 잊어
한때 웃음과 기쁨으로 가득한 거리는 충격적인 곳으로 변했다. 여자들은 죽은 아이들을 보며 통곡하고, 남자들은 잔해 속 묻힌 사람들을 찾으며,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음식을 찾는다. 전쟁 중 잠시라도 기쁨과 희망을 주는 게 축구다. 중동 유력 매체 알자지라는 “가자지구에서 축구는 계속되는 이스라엘 전쟁 속에서도 ‘삶’을 의미한다”고 6일 보도했다.
20세 의대생 엘 우티는 레알 마드리드 팬이다. 우티는 “(전쟁 전) 집에 있을 때마다 음료, 칩, 팝콘을 준비하고 챔피언스리그 후반 경기를 기다리곤 했다”며 “지금 내 집은 축구에 대한 모든 추억이 묻힌 잔해더미가 됐다”고 말했다. 손도스 아부 네메르(15)와 그녀의 어머니는 열렬한 축구팬이다. 네메르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름이 새겨진 알 나스르 유니폼을 갖고 있다. 네메르는 “알 나스르 경기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월1일 인터 마이애미와의 평가전이었다”며 “인터넷이 끊기는 바람에 경기를 휴대전화로 몇분밖에 보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을 때는 라디오를 통해 결과를 듣는다”며 “카타르 아시안컵에 나선 팔레스타인 경기도 라디오로 접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은 역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고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기쁨을 줬다.
바르셀로나 팬인 바셀 압둘 자와드(23)는 간호사다. 그는 “전쟁 전에 바르셀로나의 모든 경기를 시청했다”며 “결코 멈출 것 같지 않은 폭탄테러와 잔인한 전쟁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는 게 축구”라고 말했다.
하니 카르무트는 집이 이스라엘군 습격을 받은 후 북쪽에서 라파로 이주한 또 다른 바르셀로나 팬이다. 그는 지난해 엘클라시코를 하루 앞둔 10월27일을 상기했다. 그는 “집이 공격을 받았을 때 나는 경기 시작을 카운트다운하고 있었다”며 “레알 마드리드 팬으로 나와 축구를 봤던 사촌들은 폭탄테러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카르무트는 “짧은 시간이라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사람들은 텐트 거주지 사람들에게 축구 소식을 전한다”며 “텐트 밖에서 아이들은 여전히 맴도는 드론과 폭탄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도 공을 차고 있다(사진)”고 덧붙였다.
3월7일은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를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되는 날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7일 이후 어린이 1만2300명 등 팔레스타인인 최소 3만1000명이 가자지구에서 사망했다. 8000명 이상이 실종 상태며 다수는 잔해 속에 갇혀 있다.
알자지라는 “전쟁 전에는 굵직한 축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거리가 한산했고 카페들에 팬들이 많이 모였다”며 “가자지구 사람들은 피란, 파괴, 통신 단절 속에서도 축구에 대한 사랑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가자지구에서 축구는 항상 삶과 동의어였다”고 덧붙였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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