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그림자 내조’·‘대권 일등공신’…손명순 여사, 남편 곁으로 떠나다

강한들·전지현·유정인 기자 2024. 3. 7.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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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손명순 여사가 별세했다. 향년 95세.

서울대병원은 7일 오후 늦게 손 여사가 숙환으로 별세했다고 이날 알렸다. 병원은 “손 여사는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다.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영면에 들었다”고 전했다.

손 여사는 1929년 경남 김해시 진영읍에서 아버지 손상호씨와 어머니 감덕순씨의 2남7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부친은 종업원 800여명을 둔 경향고무 사장이었다. 손 여사는 진영공립보통학교(1996년 진영대창초등학교로 변경), 마산여중과 마산여고를 거쳐 이화여대 약대를 수석 입학했다. 3학년 때이던 1951년 동갑내기인 김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장택상 국회의원 비서관이었다.

2015년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65년 동안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야당 정치인의 아내로 오래 산 손 여사는 “남편을 위해 헌신한 ‘그림자 내조’의 달인”으로 불렸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손 여사는 1987년 대선 때 남편의 일요일 유세를 포기시킨 적도 있다.

고인이 아니었으면 ‘정치인 김영삼’은 없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대권가도의 일등 공신”으로도 평가받았다. 1992년 대선 때 전국 유명 사찰과 유력 종단을 빠짐없이 방문하며 남편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고 한다. 고개를 90도로 숙이는 ‘90도 인사법’도 트레이드마크였다.

조은희 전 대통령 배우자 연구소 소장이 <김영삼 회고록> 등 여러 책을 참조해 2007년 여성신문에 기고한 글을 보면, 손 여사는 1993년 청와대에 들어간 뒤 10여종의 신문을 정독하며 언론에 비친 남편 모습을 살폈다. 독자투고란까지 꼼꼼히 읽었다. 청와대 수행원·운전기사 구내식당과 여직원 휴게실을 새로 만들었다. 커튼과 식기 등 전임 대통령 부부들의 집기를 그대로 사용했다.

손 여사는 김 전 대통령과의 사이에서 딸 혜영·혜정·혜숙씨, 아들 은철·현철씨 등 2남3녀를 뒀다. 현철씨는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다. 손자 인규씨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을 지냈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려 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은 애도의 말을 전했다. “보내드리는 마음은 안타깝지만, 하늘에서 김영삼 대통령님을 만나 행복하게 계시리라 믿는다. 유가족 여러분께 마음을 담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여사님께서는 평생 신실한 믿음을 지키며 소박하고 따뜻한 삶을 사셨다”면서 “우리 국민 모두 여사님의 삶을 고맙고 아름답게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행정안전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실무지원단을 편성해 장례 지원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3층 1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5일간 치러진다. 발인은 11일이다.

강한들·전지현·유정인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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