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전공의 명단공개, ‘참의사’ 조롱…“면허정지보다 무서운 의사집단”
● 복귀 전공의에 ‘참의사’ 조롱
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라고 소개한 한 회원이 의사 비공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일부를 캡처해 공유했다. ‘전공의가 있는 전원(병원 간 이송) 가능한 병원 안내드린다’는 제목의 글에 병원마다 남은 전공의 실명 일부 및 전공, 연차 등이 포함돼 있었다. 글쓴이는 “업무개시명령, 3개월 면허 정지보다 제가 속한 집단이 더 무섭다.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했다.
커뮤니티에 전공의 집단 이탈에 대해 비판적 글이 올라오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댓글로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공무꾼(공무원을 비하하는 말)’으로 지칭하기도 했고 ‘버러지 XX’ ‘자식들 앞날에 사고와 악재만 가득할 것’ 등의 표현도 난무했다. 의대 교수들을 ‘X수’라고 지칭하며 “화끈하게 사직하든가 닥치고 당직이나 해라. 우리는 의사 목숨 걸고 나왔다”라고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 면허 등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어 리스트 작성자는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 “의사사회, 폐쇄적 배타적 특성”
의료계에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는 이유 중 하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의사 사회의 특성을 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턴은 “의료계는 의예과 1학년부터 전문의 이후까지 계속 이어지는 좁은 사회”라며 “2020년 파업 때도 국가고시를 거부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두고 ‘배신자’라고 불렀다”고 했다.
‘복귀 전공의 리스트’를 두고 의사단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들은 모범적인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복귀 전공의 리스트를 작성한 사람이 의사로 밝혀질 경우 제재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도 소속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생과 전공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생·전공의 복귀와 교수가 복귀를 설득하는 걸 누구도 비난하거나 방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 “개인정보법 위반”…경찰 “구속수사 추진”
법조계에선 의사들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의택 성지파트너스 변호사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전공의 복귀를 막으려 한 의도가 입증된다면 업무방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경찰은 7일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 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 구속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사직 전 병원 PC 자료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작성자에 대해 6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글 작성자는 서울에 근무하는 의사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석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최근 일부 개원의들이 전공의들을 돕겠다며 채용 공고를 내는 걸 두고서도 “전공의 규정에 따르면 수련기관 외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게 돼 있다. 겸직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 사유가 되고, 처방전을 타인 명의로 발행하면 의료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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