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얘기에 화내는 '폭력적' 남편, 대출 숨긴 아내…이혼 누구 책임?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결혼 전후로 대출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은 아내와 싸울 때마다 폭력성을 보인 남편 중 혼인 관계 파탄에 있어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이혼을 앞두고 남편과의 재산분할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아내 A씨의 고민이 공개됐다.

A씨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 자랐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매달 집에 생활비를 보냈고, 은행 대출까지 받아야 했다. 남편과 결혼할 때 대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월급도 꽤 많았기 때문에 혼자 조용히 갚으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입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남편마저 사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남편은 돈 얘기만 나오면 화를 냈고, A씨에게 주먹까지 휘두르려고 해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추가로 대출을 받았다. 이번에도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생활비 통장을 가져오라고 하자 A씨는 결국 대출받은 사실을 털어놨다.

A씨는 "남편은 저를 사치가 심한 여자 취급했다"며 "시어머니와 합세해서 신용카드 사용내역과 제 개인 통장까지 내놓으라고 했다. 저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 두말없이 줬다. 그런데 반성문까지 쓰라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A씨는 참다못해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자 남편은 A씨가 유책 배우자라고 주장했다.

A씨는 "생활비 때문에 3000만원 정도 대출받은 게 어떻게 사치와 낭비일 수 있냐"며 "생활비 안 준 남편은 잘못이 없냐. 저는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위자료를 받고 싶다. 남편은 전세 보증금은 시어머니한테 빌린 거라면서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한다"고 조언을 구했다.

김미루 변호사는 "A씨가 결혼 전과 후에 생긴 대출금 채무를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은 아쉽다"면서도 "그러나 배우자에게 대출금 채무를 고지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혼 사유가 되는 건 아니다. 대출금이 가정 경제 파탄에 이르게 할 정도가 아니고, 개인적이거나 도박 등에 쓴 게 아니라 혼인생활에 필요한 사용이었다면 이혼 사유가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결혼생활 중 부당하게 낭비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 대부분 생활비 등으로 지출한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어머니는 아들의 가정사에 개입해 갈등의 주된 원인을 발생시킨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씨 남편도 이를 방관하는 등 행위로 갈등을 악화한 부분이 있다. 또 남편의 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며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른 건 A씨 남편에게 있다고 보이기 때문에 A씨는 위자료 일부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시어머니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시어머니가 아들 부부의 전세금과 일부 생활비를 지원한 상황에서 돈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A씨의 부당 소비를 의심해 간섭한 사실이 참작될 수 있어 위자료가 인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시어머니의 행동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는 강요와 협박이라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

또 A씨의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준 전세금과 보험금은 재산분할 대상이라며 "통상적으로 결혼 당시 양가에서 지원한 금액은 증여로 보는 게 맞다"며 "A씨 남편은 빌렸다고 주장하지만, 차용증을 작성하거나 이자를 지급한 내용이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증여로 인정돼 A씨가 재산분할을 받을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