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누가 잡나... 與 “다시 국정원” 野 “경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총선 승리 후 바로 국가정보원 대공 수사권을 회복하는 법률 개정안을 내고 통과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가 자기가 살기 위해서 통합진보당 후신 종북 세력에게 정통 민주당을 숙주로 내주고 있어 그 필요성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대공 수사권이 경찰에 이전된 지 불과 두 달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며 “철 지난 색깔론, 종북 타령을 그만두라”고 했다.
앞서 문재인 청와대는 2018년 1월 국정원 대공 수사권과 검찰의 1차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는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자는 당시 민정수석이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다. 이후 2020년 4월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은 그해 12월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전부 개정안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과거 국정원이 권한을 남용해 간첩 사건을 조작했고, 대공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도 있었기 때문에 국정원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게 당시 입법 취지이다. 이 법은 올 1월부터 시행돼, 현재 경찰이 대공 수사를 전담한다.
한 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정보·첩보·간첩 문제는 일반 경찰이나 검찰이 감당하기 어렵다”며 “대부분 나라에선 정보 기관이 간첩 잡는 업무를 한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그걸 없애버렸다”며 “국정원 대공 수사 기능을 복원해야 한다는 게 우리 당의 일관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대공 수사는 수년간의 첩보 수집을 통해 수사가 이뤄지고, 국정원 요원들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망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작년 12월 국정원이 대공 혐의점에 대한 정보 수집은 할 수 있게 관련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위원장은 또 “이대로라면 통진당의 후신, 간첩 전력자와 그 관련자들이 이번 국회에 이 대표의 신원 보증을 받아서 입성하게 된다”며 “국회엔 자료 요구권이 있다. (이들이) 국정원 등의 핵심 자료를 열람·파악·추궁할 수 있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과거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은 국방부에 군사기밀 수십 건을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은 통진당 후신 격인 진보당과도 위성 정당 연대를 했고, 진보당 비례 대표 후보 3명을 당선권에 배치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대공 수사권 이전되고 시행된 지 이제 두 달 지나 법안에 잉크도 안 말랐다”며 “(법안) 준비 과정에도 3~4년이 걸렸는데 그걸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게 어디 있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를 너무 정치로만 보는 것 아닌가”라며 “아무리 유불리를 따져서 말한다지만 당 대표라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 건 과하다”고 했다.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대한 ‘종북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대공 수사권 문제를 꺼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대공 수사권 이전은 국정원의 불법 도·감청이나 무리한 간첩 수사의 부작용 등이 드러나면서 시작됐던 것”이라며 “그런 맥락은 아예 무시하고, 선거를 앞두고 무조건적인 색깔론만 펴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집권 여당이 잡아야 할 물가는 나 몰라라 하고, 있지도 않은 종북 세력 잡겠다고 하느냐”며 “빨갱이 타령으로 나발 불 시간에 국민을 위해서 일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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