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MLB 한 경기도 안 뛰고 '선구자' 평가라니... 모두가 놀란 초대형 계약, 韓 야구 역사 새로 썼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7일(한국시간) '6명의 한국인 MLB 개척자(trailblazer)'라는 내용으로 빅리그에서 '최초' 역사를 쓴 한국 선수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오는 20일과 21일 오후 7시 5분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MLB 서울 시리즈'를 앞두고 이를 기념하기 위한 기획이었다. 이 시리즈는 한국에서 최초로 열리는 메이저리그 정규 경기다. 그동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958년)나 디트로이트 타이거스(1959년) 등이 한국을 방문해 경기를 치른 바 있고, 특히 세인트루이스의 경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전설적인 타자 스탠 뮤지얼도 내한했다. 하지만 이는 친선경기였을 뿐이었다.
이번 서울 시리즈는 시리즈는 미국 50개 주와 캐나다 이외 지역에서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9번째로 열리는 오프닝 시리즈이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호주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1999년 멕시코 몬테레이, 2000년 일본 도쿄, 2001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 이어 2004년, 2008년, 2012년 일본 도쿄, 2014년 호주 시드니, 2019년 일본 도쿄에서 개막 시리즈(미국·캐나다 이외 지역)가 차례로 열렸다. 아울러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호주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 메이저리그 개막 시리즈가 열리게 됐다.
특히 한국인 최초 메이저리거인 '코리안 특급' 박찬호(51)가 빅리그에 진출한 지 딱 30년이 되는 해에 열려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박찬호는 한양대 재학 시절인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금 120만 달러에 미국행을 확정했고,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그해 4월 9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경기에서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게임에 나선 선수가 됐다. 박찬호는 공교롭게도 이번 서울 시리즈의 주인공인 다저스(1994~2001, 2008년)와 샌디에이고(2005~2006년) 두 팀에서 모두 뛰었다.
MLB.com은 "이정후는 아직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르지 않았지만, 이미 기록을 세웠다"면서 이정후가 한국인 사상 최대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06억 원)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500만 달러(약 66억 원)에 계약 첫해인 2024년 700만 달러(약 92억 원), 2025년 1600만 달러(약 212억 원), 2026년과 2027년 각각 2200만 달러(약 292억 원)를 받고 2028년과 2029년에는 2050만 달러(약 272억 원)를 받는다.
이는 한국인 선수 중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 계약을 체결한 사례 중 최초로 1억 달러 이상을 받은 것이다. 앞서 지난 2012년 말 류현진(38·현 한화 이글스)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화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했을 때 6년 3600만 달러를 받았는데 이를 넘어선 것이다. 또한 이정후의 키움 선배인 김하성(29)이 받은 4년 2800만 달러보다도 훨씬 많다.
그러면서 매체는 "이정후가 이런 계약을 만든 이유를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면서 "(미국 기준) 25세인 이정후는 KBO 통산 타율 0.340, 65홈런, 69도루를 기록했다. 뛰어난 운동능력을 지닌 다재다능한 선수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292홈런을 기록한 팻 버렐 샌프란시스코 타격코치는 "이정후는 콘택트 능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낼 것이다"며 "메이저리그의 빠른 볼에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아직 상대하지 않았을 뿐이다"고 말했다. 또한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 수 있기에 그를 좋아하지만, 장타력도 조금은 가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가 우익수 밖으로 타구를 내보내려고 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매체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1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 지역에서 주목할 15명의 야구인'을 선정했는데 이정후의 이름도 빠지지 않았다. 선수 중에서는 팀 동료인 로건 웹과 오클랜드의 루키 잭 겔로프, 그리고 이정후만이 포함됐다. 매체는 "한국에서 '바람의 손자'로 알려진 샌프란시스코의 새로운 중견수(이정후)가 기록지에 어떤 숫자를 남길지는 모른다"며 "운동능력이 우수하고 활동적인 수비수이며 뛰어난 콘택트 능력을 갖춘 올드스쿨형 타자라는 점 모두가 흥미로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대대로 이정후는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정후는 6일까지 시범경기에서 5경기에 출전, 13타수 6안타(타율 0.462) 1홈런 3타점 3득점 2볼넷 OPS 1.302를 기록 중이다. 몇 경기 나오지는 않았지만 매번 맹타를 휘두르며 빅리그 적응에 대한 청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안타 6개 중 장타가 2개(홈런 1개, 2루타 1개)라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정후는 지난 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에 위치한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 3회 초 2사에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기록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실전 경기에서 나온 첫 홈런이라는 점 자체도 고무적이지만, 데이터를 뜯어보면 더욱 긍정적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 따르면 이정후의 이 타구는 시속 109.7마일(176.5㎞)의 타구 속도를 기록했고, 발사각도는 18도, 비거리 418피트(127m)였다. 이날 양 팀에서 나온 타구 중 가장 빨랐다.
그러면서 "2월이나 3월에는 이에 대해 확실히 답할 수 없었지만, 지난 주 이정후의 타구 속도 109.7마일 홈런포는 최소한 그가 메이저리그 평균 정도는 지니고 있다는 걸 뜻한다"고 전했다. 호세 알투베(휴스턴)나 댄스비 스완슨(시카고 컵스), 브라이슨 스탓(필라델피아) 등을 언급한 매체는 "이들은 지난 시즌 그다지 강한 타구를 만들지 않고도 생산력을 뽐낸 타자들이다"면서, "이정후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강한 타구를 만들어야 하고, 뜬공 생산을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이 타구 속도는 환상적인 출발이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아직 이정후에 대한 평가는 '콘택트는 평균 이상이지만, 파워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이 높은 것으로 인정받는 미국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발표한 스카우팅 리포트에서 그는 20-80 스케일(선수 평가 척도)상 콘택트는 60점으로 평균 이상이 나왔지만, 파워는 45점이 나와 평균 이하라는 평가를 받았다. MLB.com은 지난 2월 샌프란시스코의 호르헤 솔레어 영입 소식을 전하며 "이번 스토브리그에 영입한 이정후는 홈런 개수를 크게 올리지 못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스프링캠프 합류 후 연습배팅에서도 홈런포를 연달아 쏘아올렸고, 시범경기에서도 대포를 터트렸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데뷔 시즌인 2017년 622타석에서 단 2홈런에 그쳤던 이정후는 매년 꾸준히 홈런 개수를 늘려 2020년에는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15홈런)을 터트렸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 기존에도 2루타는 많이 기록했지만, 이것이 홈런으로 변환되면서 20홈런 이상 시즌을 만든 것이다.
이에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6년 1억 1300만 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겨줬다. 이는 역대 아시아 타자 최고 몸값이었다. 총액 1억 달러 이상 계약은 이번 FA 시장에서 이정후를 포함해 단 5명만이 받았다. FA 최대어였던 오타니 쇼헤이(30)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약 9330억 원)라는, 메이저리그를 넘어 북미 4대 프로스포츠 최고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다저스는 또한 일본프로야구(NPB) 최고의 투수인 야마모토 요시노부(26)에게도 역대 투수 최고액인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32억 원) 계약을 안겨줬다. 이외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애런 놀라(7년 1억 7200만 달러)-잭 휠러(3년 1억 2600만 달러)에게 준 것이 끝이었다. 그만큼 이정후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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