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전기차, 나는 배터리
리스크 분산·미래 먹거리 발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시장 그 너머를 향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UAM), 자율주행 로봇, 전기이륜차, 배터리 교체 시장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물밑 움직임이 분주하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위험 분산 전략’인 동시에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K배터리의 도전이기도 하다.
UAM 배터리는 하늘을 나는 기체의 특성 때문에 더 까다로운 기술을 필요로 한다. 전기차 배터리보다 훨씬 가벼워야 뜰 수 있고, 화재에 대비한 안전성 기준도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훨씬 많아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도 높아야 한다. 따라서 UAM에는 전기차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리튬 금속 또는 리튬 황 배터리가 적합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7일 배터리·항공업계에 따르면 UAM 탑재용 배터리 개척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함께 UAM에 실을 수 있는 특수 목적용 배터리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8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업해 개발한 리튬 황 배터리를 무인기에 실어 22㎞ 고도의 성층권 비행에 성공했다. 무게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를 지닌 이 고효율 배터리를 통해 항공 분야에서의 실용성을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가벼우면서도 에너지 밀도가 높아 ‘꿈의 배터리’로까지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위한 로드맵을 공개한 삼성SDI의 ‘쾌거’ 또한 청신호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로봇의 실외 이동이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자율주행 로봇의 실용화가 가능해지는 등 로봇 시장의 성장세도 배터리 업계는 눈여겨보고 있다. 특정 장소에 고정된 산업용 로봇과 달리 실외에서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은 배터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재계 주요 기업들도 로봇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로봇 개 ‘스폿’과 직립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를 개발해 유명해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2021년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입을 위한 기술 분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전기이륜차나 배터리 교체 사업도 유망한 분야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솔루션 스타트업 ‘피트인’을 통해 이달 중 경기 안양시 명학역 인근에 ‘피트인 스테이션 안양’을 짓고 전기차 배터리 교체 사업에 속도를 낸다. 전기 트럭이나 택시가 배터리 교환소로 들어서면 로봇이 차량을 들어올려 차량 하부 배터리를 떼어내고 충전된 새 배터리를 갈아끼우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5분 만에 출발할 수 있다. 현재 초급속 충전기인 350킬로와트(㎾)급 충전기도 방전 상태에서 80% 충전하기까지 20분 정도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시간 감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 진출 경험 등을 토대로 국내에서도 시장이 커지리라 보고 사내독립기업인 ‘쿠루’를 통해 전기이륜차 시장 공략을 준비 중이다. 전기이륜차의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하는 대신 완충된 배터리로 간편하게 교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선보인 쿠루 부스는 인터배터리 2024를 찾은 관람객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인터배터리 2024는 8일 폐막한다.
권재현 기자 ja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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