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티 반군 공격에 홍해서 첫 민간인 사망…“제어 방법이 없다”
해저 케이블 파괴도…미·영 연합군의 거점 타격에도 건재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지지를 명분으로 홍해를 점거한 채 무력시위를 이어온 예멘 후티 반군 공격에 첫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다. 민간 상선 공격에 국한됐던 도발 방식도 해저 케이블 파괴 등으로 다양해지는 모습이다. 이런 후티 반군을 제어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국제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홍해 초입 아덴만을 지나던 그리스 기업 소유의 벌크선 ‘트루 컨피던스’가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맞았다. 중동을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 공격으로 선원 3명이 숨지고 최소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부상자 가운데 3명은 중태다. 선박 회사 측은 총 20명의 승무원과 무장 경비원 3명이 탑승해 있었고, 사망자와 부상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루 컨피던스’는 현재 불에 탄 채 바다를 부유하는 상황이다.
후티 반군은 개전 이후 60차례 이상 민간 선박을 공격했는데, 이 과정에서 민간인이 사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후티 반군은 홍해를 오가는 무고한 민간인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무모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며 “불행하게도 민간인이 살해됐다. 이 공격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의 도발 방식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홍콩 통신회사 허치슨글로벌커뮤니케이션(HGC)은 지난 5일 홍해 해저 케이블 3개 회선이 절단돼 홍해를 지나는 인터넷 통신량의 약 25%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후티 반군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후티 반군과 각을 세우고 있는 예멘 정부도 지난달 “후티 반군이 홍해 해저 케이블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후티 반군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에서 파생된 해양 오염도 골칫거리다. 지난달 18일 홍해와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 반군 공격을 받은 영국 벌크선 ‘루비마르’가 지난 3일 결국 침몰했고, 배에 실려있던 2만1000t 규모의 화학비료가 바다로 방출될 위기에 처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생태학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인양 작업이 빨리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이러한 후티 반군의 도발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영국군이 예멘 본토의 후티 반군 거점을 직접 타격하고 있지만, 후티 반군의 공격력은 연일 강화되고 있다. 특히 후티 반군이 이동식 대함 순항미사일과 무인잠수정, 무인수상정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응에 애를 먹는 모습이다.
외신들은 우선 중동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던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다국적 해군으로 구성된 ‘번영 수호자 작전’을 시작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중동에서 번영 수호자 작전에 참여한 국가는 바레인뿐”이라며 “이 지역 많은 국가가 홍해를 통한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미국과 엮이길 꺼리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 재무부가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소속 금융 전문가인 사이드 알자말을 대신해 후티 반군에 물품을 운송한 해운사 두 곳과 선박 두 척에 제재를 가했지만, 물밑에서 탄탄히 맺어진 이란과 후티 반군의 연결고리를 끊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다수다.
대안으로 떠오른 중국 역할에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윌리엄 피게로아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날 알자지라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을 설득해 이란이 후티 반군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하는 전략을 펼쳤다”며 “하지만 중국은 홍해 위기를 끝낼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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