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헌법에서 ‘가정 내 여성 역할’ 표현 삭제 놓고 국민투표
‘성평등 개헌’ 찬성 여론 우세
아일랜드가 세계여성의날(3월8일)에 헌법에 규정된 여성의 가정 내 역할 및 가족의 정의에 관한 조항을 수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6일(현지시간) 아이리시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지난해 여성의 날에 리오 버라드커 총리가 성차별적 표현이 담긴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지 꼭 1년 만이다.
아일랜드 헌법 41조2항은 ‘여성이 가정 생활을 통해 국가에 지원을 제공하지 않으면 공동선을 달성할 수 없’고 ‘어머니는 경제적 필요로 인해 가정 내 의무를 소홀히 할 정도로 노동에 종사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시대적 흐름에 어긋나며 여성의 성 역할을 고정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개헌안은 이 조항을 ‘가족 구성원들이 유대관계에 따라 서로 돌봄을 제공해야 공동선을 달성할 수 있음을 국가가 인정하고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대체한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버라드커 총리는 “이는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선언”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개헌안에 반대 투표를 하면 국가 운영에 차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표에서는 가족의 정의를 확장하는 조항에 대한 찬반도 묻게 된다. 개헌안은 가족의 성격에 관해 기술한 41조1항에 ‘결혼으로 성립되든, 다른 지속 가능한 관계로 성립되든’이라는 문구를 추가해 가족의 개념을 확장하게 된다. 비혼 부모 등 그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에게도 가족으로서 헌법상 권리와 보호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대부분의 정당들은 개헌안에 찬성하고 있다. 보수정당 피어너 팔의 피오나 오로린 상원의원은 “(개헌이) 평등을 향한 진전을 나타낼 것”이라며 국민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질 것을 촉구했다. 노동당 지도자 이바나 바식도 “우리는 이 진전을 위해 87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번 국민투표는 당초 지난해 11월 실시될 계획이었으나 개헌안을 둘러싼 논쟁 등으로 올해 3월로 미뤄졌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헌 찬성 비율은 39%, 반대는 24%, 아직 결정하지 못했거나 투표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36%에 달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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