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안 되는 ‘코로나19 숙소’
관광·숙박시설로 사용하려면 점용허가 새로 받아야
환경청 “개발 제한된 하천변, 형평성 어긋나” 부정적
2026년까지 한시적 연장…대안 못 찾으면 철거 수순
충북 영동군이 송호관광지에 수억원을 들여 조성한 코로나19 안심숙소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곳을 찾는 이가 줄고 있지만 규정상 관광시설로 전용하기도, 의료시설로 보강해 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년 내 대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시설을 철거해야 한다.
영동군 양산면 송호관광지 산책로를 걷다보면 이동식 주택 5동이 눈에 들어온다. 각 33㎡ 규모의 주택은 오랫동안 방치된 듯했다. 외부 곳곳이 거미줄로 뒤덮여 있고, 바닥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다. 반면 복층 구조의 주택 내부는 말끔했다. 주방과 마주 보고 있는 거실 한편에는 철 지난 여름 이불과 텅 빈 냉장고, 텔레비전 등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침실이 나온다.
7일 영동군에 따르면 이 주택들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군이 확진자 격리를 위해 만든 안심숙소다. 주택을 조성하는 데는 총 3억4000만원 정도의 예산이 쓰였다. 이동식 주택 한 채당 3200만원, 상·하수도 등 토목공사 비용이 포함됐다.
안심숙소에는 2020년 12월 조성 이후 코로나19 확진자와 가족을 포함해 30가구 60명이 다녀갔다. 그러나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격리지침이 완화되면서 영동군은 지난해 7월 안심숙소 운영을 종료했다. 코로나19 확진자를 수용하는 용도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심숙소는 시설 등 개발행위가 제한된 하천부지에 위치해 있다. 영동군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으로부터 2023년까지 코로나19 격리시설로 점용허가를 받아 이곳에 안심숙소를 만들었다.
영동군 관계자는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 내 격리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하천부지인 송호관광지에 안심숙소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선제적 대응시책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타 지자체의 경우 민간숙소 등을 코로나19 안심숙소로 활용해 이 같은 사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용률이 낮아진 현재 이 시설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면 하천 관리권한을 넘겨받은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점용허가를 새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영동군은 이곳을 관광·숙박 시설로 활용하려고 한다. 하지만 금강유역환경청은 “형평성 문제가 우려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점용허가를 변경해줄 경우 다른 하천부지에 대한 관광시설 점용허가도 거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영동군은 관광시설로 점용허가가 나지 않는다면 점용허가 기간을 연장해 치매환자를 위한 치료시설 또는 재해·재난 시 주민 대피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역시 쉽지는 않다. 개발이 전면 금지된 하천부지에서 특정 시설에 대한 점용허가를 무한정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청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때문에 한시적으로 점용허가를 낸 것”이라며 “이런 요인이 없는 상황에서 점용허가를 계속 연장해주는 것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동군은 급한 대로 지난해 하천부지 점용허가 기간을 2026년까지로 연장했다. 이 기간 내 대안을 찾지 못하면 안심숙소 시설을 매각하거나 철거해야 한다. 군 관계자는 “현재 충북도를 대상으로 정부합동감사가 진행 중인데 감사원에 하천 점용허가에 대한 규제 완화 요청을 위한 사전 컨설팅 감사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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