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박스에 택배 달랑 하나...내달부터 규제, 처벌은 2년 유예

박상현 기자 2024. 3. 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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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가득 채운 택배 상자./연합뉴스

택배 포장 때 빈 공간을 상자의 절반 이하로 줄여야 하는 제도가 다음 달 30일부터 시작한다고 환경부가 7일 밝혔다. 과대 포장을 막아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택배 상자 속 빈 공간 비율을 규제하는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환경부는 업계 혼란을 줄이기 위해 2년간 과태료 처분을 유예하는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 반면 업계에선 “포장지 내 공간 계산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단속은 힘들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이날 환경부에 따르면 택배는 포장 횟수를 1차례로 규제하고, 상자 내 빈 공간을 50% 미만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물건 파손을 막기 위해 들어가는 에어 쿠션이나 신문지 등 보조 포장재가 차지하는 공간은 상품처럼 인정해 준다. 신선 제품 포장 때 들어가는 얼음팩 등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본 상품보다 보조 포장재 부피가 더 크면 인정해 주지 않기로 했다. 이번 제도가 현실화하면 40억개 이상 유통되는 택배 포장이 가벼워질 전망이다. 택배 포장 간소화는 비용 절감 측면에서 온라인 유통업체도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양인성

계도 기간이 끝나는 2026년 이후엔 과대 포장한 택배는 1년 내 위반 횟수에 따라 100만~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연매출액 500억원 미만 업체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국내 택배 물량의 40%를 상위 10여 개 업체가 차지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매출 500억원 미만 업체가 처리하는 물량은 10%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아마존이나 알리 등을 통한 ‘해외 직구’도 이번 환경부 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

택배 공간 규제는 2022년 4월 처음 도입됐다. 환경부는 지난 2년간 제도 보완을 해왔다. 택배로 유통되는 물품 종류가 1000만개 이상인 데다 온라인 상거래 업체로 등록된 국내 통신판매업자만132만개에 달해 바로 시행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시 2년간 계도 기간을 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 관계자는 “택배의 과대 포장은 줄여야 하지만 단속이 쉽지 않은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 기간을 거치며 택배 쓰레기가 급증하자 포장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왔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부터 택배를 포장할 때 ‘빈 공간 40% 이하’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국과 달리 에어캡 등 보조 포장재가 들어간 공간은 빈 공간으로 간주한다. 중국은 지난해 비닐 포장백의 두께 기준을 0.06㎜에서 0.03㎜로 강화했다. 작년부터 베이징, 상하이, 광둥 등 일부 지역의 우체국 택배를 대상으로 분해되는 택배용 비닐포장재 사용을 권고했다. 2026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아마존은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택배 포장 인증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1단계는 제품이 파손되지 않도록 포장된 상태에서 택배 상자에 담아보내는 경우, 2단계는 제품 포장 상태 그대로 택배를 부치는 경우, 3단계는 2단계에서 개봉과 재활용이 편하고 포장 빈 공간도 50% 미만으로 낮추는 것이다. 아마존은 모든 물량이 3단계에 맞춰지도록 포장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업계 관계자는 “계도 기간이 끝나도 소비자가 신고해야만 적발이 가능한 만큼 단속이 사실상 어렵고, 제품별로 포장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포장 공간 비율을 계산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재사용 박스 사용을 확대하거나 생분해 포장지를 쓰도록 하는 방법 등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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