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투수 MVP가 포수라고? 도대체 무슨 일이… 원팀이 되어간다는 증거

김태우 기자 2024. 3. 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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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 2차 대만 캠프 투수 MVP를 받은 포수 조형우(오른쪽)와 이숭용 감독 ⓒSSG랜더스
▲ SSG는 하나로 뭉치는 분위기 속에 긴 전지훈련 일정을 마무리했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자이(타이완), 김태우 기자] “대만 캠프 투수 MVP를 발표하겠습니다. MVP는 조형우”

SSG는 6일 대만 자이시립구장에서 열린 라쿠텐과 캠프 마지막 연습경기를 13-1 승리로 장식한 뒤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모여 잠시 결산의 자리를 가졌다. 이숭용 SSG 감독의 덕담으로 시작된 이 결산의 자리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대만 2차 캠프 최우수선수(MVP) 발표의 시간이었다. 제법 두둑한(?) 상금도 준비된 가운데, 야수 MVP는 가장 좋은 타격 성적을 거둔 내야수 고명준에게 돌아갔다.

투수 MVP는 배영수 투수코치가 직접 발표했다. 그런데 배 코치의 입에서 나온 선수의 이름은 의외였다. 바로 팀의 차세대 주전 포수로 뽑히는 조형우(22)였다. 투수 MVP는 상식적으로 투수 중 가장 좋은 성과를 거두거나 가장 좋은 진도를 보여준 선수가 받는 게 맞는다. 그런데 투수 MVP를 포수에게 준 것이다. 배 코치 단독적인 결정이 아니었다. 스태프가 상의하고, 또 선수들의 의견도 모았다.

배 코치가 말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누굴 줘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투수들이 잘했다. 다들 잘 던졌고 좋은 성과를 냈다. 실제 SSG는 이번 대만 캠프에서 마운드가 호조를 보였다. 만만치 않은 대만프로야구의 1군 타자들을 상대로 5경기 평균자책점이 2.00에 불과했다. 2실점 넘게 한 투수는 하나도 없었다. 배 코치는 “다들 너무 잘해서 투수 쪽에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고 했다.

배 코치와 투수들은 이런 상황에서 뜻을 모았다. 자신들의 공을 받느라 고생한 포수 중 한 명에게 투수 MVP를 주기로 했다. 선수들도 흔쾌히 동의했고, 포수 막내인 조형우가 투수 MVP가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만들어졌다. 배 코치는 “포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박수를 쳤고, 예상치 못하게 투수 MVP를 받은 조형우는 얼떨떨한 상황에서 수상 소감을 말해야 했다. 조형우는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2차 캠프인 만큼 수비 쪽에 높은 비중을 두며 훈련했다. 특히 투수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는 등 훈련에 임했는데, 이런 부분을 좋게 봐주셔서 투수 선후배들이 MVP를 주신 것 같다. 야수 MVP로 선정된 것보다 더욱 기쁘며 시범경기에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고마워했다.

이 광경을 본 이숭용 감독도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1차 캠프도 그렇고 2차 캠프도 그렇고 MVP 선정에 감독이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수들이 자신의 뜻을 잘 읽고 움직여준 것 같았을 것이다. 이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강조한 ‘원팀’ 정신과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각자 할 일은 다르지만, 어디까지나 팀이라는 대명제를 보고 움직인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을 존중한다. 특히 베테랑 선수들은 그렇다. 하지만 책임 속의 자율이다. 그 책임에서 벗어나는 행동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누차 강조했다. 이 감독은 “타석에서 못 쳐도 상관없고, 안타를 맞아도 괜찮다. 하지만 본헤드 플레이, 사인 미스 등 원팀 정신과 프로의 정신에서 벗어난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나는 그런 것에 대한 벌금은 어설프게 안 매긴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캠프 들어 이 감독의 ‘조기 귀국 명령’을 받은 선수는 하나도 없었다.

▲ 캠프 일정을 모두 마친 뒤 7일 귀국하는 SSG 선수단 ⓒSSG랜더스
▲ 2차 캠프 MVP로 선정된 고명준 ⓒSSG랜더스

게다가 이 감독은 코치들이나 선수들도 감독처럼 팀을 보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각자의 파트에 매몰되는 게 아닌, 팀 전체가 하나로 움직일 수 있다고 본다. 야수들이 작전이나 주루에 훈련 시간을 더 할애하면, 아무래도 타격 훈련 시간이 줄어들고 타격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타격 코치가 여기에 불만을 가지면 팀 분위기가 깨진다. 하지만 강병식 타격코치 또한 팀의 점검 부분을 잘 알고 있고, 한 번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문화도 잘 정립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만족했다. 포수 조형우를 투수들이 MVP로 뽑은 것 또한 그 연장선상이다.

이 감독도 “내 방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면서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모든 감독님이 처음에는 그러다가 점점 안 그러시더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다를 테니 지켜봐라. 만약 그렇다면 언제든지 와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당초 주축 선수들은 캠프 종료 전후 이동거리를 고려해 9일과 10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와 시범경기는 동행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다 11일 수원 kt전부터 합류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이 죄다 “부산에 같이 가겠다”고 해 감독도 생각을 바꿨다. 뭉치면 산다. SSG가 뭉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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