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해줘" 유언한 마르케스 유작 10년 만에 출간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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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소설이 "파기해달라"는 작가의 유지와는 달리 사후 10년 만에 출간됐다.
'작가의 뜻에 어긋나는 사후 출간'이 문학사에 또다시 등장함에 따라 문학계에서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뜻에 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문학계는 이런 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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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등 거장도 작가 뜻 어긋나는 사후 출판…"실망스러운 각주 될 수도"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중남미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1927~2014)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소설이 "파기해달라"는 작가의 유지와는 달리 사후 10년 만에 출간됐다.
'작가의 뜻에 어긋나는 사후 출간'이 문학사에 또다시 등장함에 따라 문학계에서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6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백년의 고독', '콜레라 시대의 사랑', '족장의 가을', '미로 속의 장군' 등으로 유명한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마르케스의 유작 '8월에 만나요'가 이날 전 세계에서 동시 출간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르케스는 치매로 고생하던 말년에 매년 8월이면 어머니의 무덤을 방문하려고 카리브해로 여행을 떠나는 중년 여성이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잠시 해방된 순례길에서 매번 새로운 연인을 만나는 내용을 다룬 소설을 집필했다.
그는 이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으나 기억력이 점차 흐려지는 상황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었고, 소설의 질을 스스로 의심한 끝에 둘째 아들에게 "소설을 파기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2014년 그가 사망하자 이 소설의 여러 초안과 메모 등은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해리 랜섬 센터에 있는 그의 기록 보관소로 옮겨졌다.
그러나 몇년 후 아버지의 마지막 작품을 읽어 본 아들들은 '아버지가 자신을 너무 가혹하게 판단했을지도 모른다'고 느꼈고, 출판을 결심하게 된다.
형제들은 아버지가 처음으로 여주인공을 내세우고 40대 후반 기혼 여성의 자유와 자기실현을 다뤘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과는 차별화되는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작가의 뜻에 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문학계는 이런 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학사에는 상속인이나 유언집행자가 작가의 희망을 무시하고 작품을 출간한 사례가 많다.
로마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임종 당시 자신의 서사시 '아이네이드'의 원고를 파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 작품은 세상 밖으로 나왔다.
프란츠 카프카는 결핵으로 중증에 빠졌을 때 친구이자 유언집행자인 막스 브로드에게 자신의 작품을 모두 불태워 버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브로드는 '심판', '성', '아메리카'와 같은 카프카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공개하는 것으로 카프카를 배신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가족에게 자신의 마지막 소설 '오리지널 오브 로라'를 폐기하라고 했지만, 사망 30여년이 지난 후 그의 아들이 미완성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출판된 일부 유작의 경우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불분명해 학자와 독자들이 작품 완성도나 편집자의 개입 여부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또 상속인들은 지적재산을 추가로 확보하려고 완성되지 않았거나 질 낮은 작품을 공개해 작가의 유산을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마르케스의 아들들은 새 소설이 아버지의 걸작 목록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아버지의 유산으로 더 많은 돈을 벌려 한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NYT는 이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독자와 비평가는 마르케스 자신이 불완전하다고 생각한 작품을 발표하기로 한 선택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우뚝 솟아 있는 유산에 실망스러운 각주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withwi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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