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수리·임금지급·취업도 금지 ‘3중 제재’ 전공의들…“마음 불편하지만 그래도 안 돌아갈 것”
지난달 전공의들의 대규모 사직서 제출과 의료현장 이탈이 정부와 강대강 대치 속에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일 기준 전체 전공의의 91.8%인 1만1219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29일까지 100개 주요 수련병원으로부터 전공의 7854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불이행했다는 확인서를 받고 면허정지 처분 절차에 돌입했으나, 압박 강도를 높였는데도 복귀 인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서를 발송하는 한편 이탈 기간에 따라 처분을 달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비운 전공의들은 무슨 생각으로 지내고 있을까.
사직 전공의 A씨는 사직서 제출 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에서 수련병원 측에 사직서를 수리하지 말 것을 요청했기 때문에 여전히 봉급은 들어온다. 노조법에 따르면 고용주는 파업 중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번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현장 이탈은 법적으로 파업에 해당하지 않아 대부분 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수령액은 크게 줄었다. A씨는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기본급은 보통 월급 3분의2 수준이고 초과근무수당이 3분의1 가까이 됐다”며 “사직 처리가 되지 않았어도 초과수당이 없어지면서 실수령은 200만원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줄어든 수입은 학자금 대출을 상환하고 있던 A씨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는 “매월 50만원가량은 학자금 대출을 갚는데 빠져나가고 있는데, 100만원 가까이 되는 월세까지 나가는 상황에서 수입이 크게 줄어 당장 먹고사는 게 빠듯한 지경”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방의 일부 수련병원에서는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을 무급휴직으로 처리해 봉급을 주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린다”면서 “이 경우 풍족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경제적 부담이 더욱 클 것”이라고 전했다. 아직 면허정지 공시를 송달받지는 않았다는 그는 “설령 의사 면허가 정지되거나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더라도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공의 B씨는 고향으로 돌아가 휴식 중이다. 전공의 근무 과정에서 체력이 완전히 소진됐다는 그는 “아직은 사직서 수리가 되지 않아 다른 의료기관 근무가 불가능하다는데, 한 달이 지나 사직서가 자동 수리되면 일반의 자격으로 구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말 것을 권장하는 안내문을 보내는 등 강경책을 이어갔다. 복지부 의사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임금 지불 관련 안내’ 공문을 수련병원들에 “병원은 진료 현장을 벗어나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전공의에게 해당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일부 개원의들이 전공의 집단행동에 호응해 ‘사직서 제출 전공의를 우대해 채용하겠다’는 공고를 내는 것과 관련해 “’전공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은 전공의가 수련병원이나 수련기관 외의 다른 의료기관이나 보건 관계 기관에서 겸직 근무하면 안 된다고 하고 있다”며 “겸직 위반을 하면 또 징계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전공의 사표 수리를 막으면서 또 다른 한편에선 임금 지급을 제한하고 취업도 막는 토끼몰이식 강경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B씨는 “전공의들이 사직하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도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인데, 공익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듣고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늘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통탄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면허 정지 처분 움직임에 대해 “실제로 면허 정지 처분이 이뤄진다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변의 다른 전공의들을 봐도 정부의 정책 전면 백지화 없이는 (전공의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며 “일부 전공의들은 백지화가 되더라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필수의료 전공의였던 C씨는 “차라리 후련하다”고 털어놨다. 몇 년 만에 국내 여행을 하고 있다는 그는 “전공의 시절 사실상 주 80시간 근무를 감내해야 했다”며 “근무시간은 차치하더라도 밤새도록 ‘온콜(On call·언제든 근무지로 복귀할 수 있도록 상시 연락가능한 상태)’에 시달리지 않는 것만 해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C씨는 “너무 오랜만의 휴식이라 아직도 얼떨떨할 지경”이라며 “면허 정지 처분은 아직 통지받지 못했다. 통지를 받더라도 정부가 먼저 기존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 한 병원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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