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슬기로운 화성 생활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주연한 영화 ‘토탈 리콜’의 무대는 2084년 인류가 화성에 만든 대형 식민 기지다. 그런데 기지 공기를 지구처럼 만드는 장치의 통제권을 쥔 식민지 독재자가 자기의 지배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지하 세계로 내몬다. 쫓겨난 이들은 화성의 유독한 대기를 마셔 돌연변이를 앓는다. 반란군 지도자가 오래전 외계인이 화성에 설치한 대기 제조 장치를 찾아내 작동시키면서 화성 전체가 비로소 파란 하늘과 산소가 풍부한 대기를 갖게 된다.
▶화성에서 인류가 살려면 대기 말고도 여러 난제를 극복해야 한다. 화성은 영하 60도에 이르는 저온도 문제지만, 지구와 달리 행성 자기장을 만들지 못해 전자파로 범벅이 된 태양풍을 그대로 맞는다. 대기 95%는 이산화탄소다. 살인적 모래 폭풍은 햇빛을 완전히 차단하고 기온을 단숨에 50도나 떨어뜨린다. 방사선도 지구의 50배나 돼 사람이 3년만 거주하면 평생 허용되는 방사선량을 초과한다. 맷 데이먼이 주연한 영화 ‘마션’은 이런 화성에서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탐색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모래 폭풍에 휩쓸려 낙오한 남자는 다음 탐사팀이 올 때까지 4년을 버티기 위해 과학 지식을 총동원한다. 유독한 과염소산염으로 가득 찬 흙을 가져다 해독해 미니 농지를 만들고, 실험용 농작물 중 가장 빨리 자라는 감자를 골라 심는다. 우주선 연료에서 추출한 수소를 태워 물도 만든다. 지구와 교신도 시도한다. 평균 2억3000만㎞라는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20분 통신 지연으로 애를 먹는 장면도 사실적으로 그렸다.
▶일론 머스크는 2000년대 초부터 인류의 화성 이주 가능성을 타진했다. 2029년 화성에 첫발을 디디고 2050년까지 자급자족 가능한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화성 극지방에 핵폭탄을 터뜨려 지표면 온도를 인간이 살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테라포밍(terraforming·지구화)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엔 비록 실패했지만 인류를 화성에 실어 나르는 우주선도 두 번 발사했다.
▶NASA(미항공우주국)도 동참했다. 지난해에 이어 다음 달 2일까지 화성 거주 모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다. ‘마션’ 주인공처럼 과학자여야 선발된다. 식사와 통신을 극도로 제한하는 등 실제 화성 개척에 나설 이들이 겪을 어려움을 미리 알아보려는 목적이다. 인류는 밀랍 날개를 달고 하늘에 올랐던 이카로스처럼 실패를 거듭하며 우주에 도전하고 있다. 달을 정복한 것처럼 언젠가 화성도 인류 영토로 만들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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