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40억 받았는데…스타 PD 나영석 왜 유튜브에 빠졌나

김소연 2024. 3. 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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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 (사진=연합뉴스)

"거친 유튜브 환경에서 홀로 선 이분들과 함께하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여전히 팬덤이 굳건한 MBC '무한도전'을 이끌었고, '놀면 뭐하니'까지 히트시키며 국내 최고 스타 예능 연출자로 꼽히는 김태호 PD가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본명 박재한), 곽튜브(본명 곽준빈), 원지(본명 이원지)와 함께 하는 ENA 새 예능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 시즌2(이하 '지구마불2')를 선보이며 한 말이다. '무한도전'과 '놀면뭐하니'를 통해 실험적인 예능 콘텐츠를 선보여왔던 김태호 PD는 MBC 퇴사 후 2022년 제작사 테오(TEO)를 설립해 '지구마불2'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살롱드립', '트렌디할 조영지' 등 유튜브 콘텐츠,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플랜' 등 다양한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를 제작해 오고 있다.

이중 '지구마불' 시리즈는 김태호 PD의 실험인 방송과 유튜브를 잇는 쌍방향 콘텐츠로 꼽힌다. '지구마불' 시리즈는 주사위를 던져 세계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에 유튜브 영상 조회수를 토대로 라운드마다 1등은 3점, 2등은 2점, 3등은 1점을 가져가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지구마불'은 시즌1이 방송될 때 ENA 예능 시청률 역대 1위, 유튜브 누적 조회수 600만회를 기록했다.

김태호 PD는 7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본래 '지구마불'은 유튜브용으로 재밌게 놀아볼까 한 건데 ENA 제안을 주셔서 TV용으로 각색했다"며 "시즌1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시즌2는 보다 TV에 어울리는 콘텐츠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PD와 함께 국내 예능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나영석 PD 역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이우정 작가와 함께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을 설립하고 유튜브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나영석 PD가 tvN 재직 시절부터 후배 연출가들과 함께 이끌어온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는 이날 기준 구독자 수가 623만명이 넘는다. '이서진의 뉴욕뉴욕', '출장 십오야' 등 자체 콘텐츠뿐 아니라 웹툰 작가이자 크리에이터인 이말년에게 방송 팁을 전수 받은 후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김태호 PD/사진=ENA

나영석 PD 역시 김태호 PD의 '지구마불'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방송과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방향 공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에 방송된 tvN '나나투어with세븐틴'이었다. '나나투어'를 선보이기 전 라이브 방송과 '나영석의 나불나불'을 통해 세븐틴과 깜짝 만남을 공개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고, '나나투어'를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풀버전을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영석은 '나불나불'에서 세븐틴에게 "내가 진짜로 생각하는 건 (TV가 아닌) 위버스 공개본"이라고 속내를 세븐틴 멤버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나영석, 김태호 등 이름이 알려진 스타 연출자 외에도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제작사 중 상당수는 방송사 출신 유명 PD들이 이끌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이 TV가 아닌 유튜브로 이동한 것을 두고 방송가에서는 "지상파에서 케이블과 종편, 그리고 유튜브로 콘텐츠의 흥행 트렌드가 변화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엔 새 드라마,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 출연 스케줄을 잡았지만, 최근에는 유튜브부터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다. 최근엔 성시경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티모시 샬라메의 출연과 제작비까지 댄다는 제안을 받았다"며 "제가 조건을 높이는 바람에 불발됐다"고 고백한 바 있다.

홍보를 위한 유튜브 출연은 방송과 달리 '제작비 지원'을 해야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소 5000만원, 많을 경우 억 단위를 넘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비 지원은 구독자수, 평균 조회수 등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또한 출연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도 금액이 달라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만든 콘텐츠 하나가 대형 방송사 프로그램보다 더 수익성이 높을 때도 있다.

한 예능 관계자는 "방송은 기본적으로 촬영 규모가 있어서 시청률이 안 나오고, 광고 판매가 부진하면 방송할 때마다 몇억씩 까먹기도 한다"며 "덩치도 슬림하고, 자유롭게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유튜브 콘텐츠를 보며 부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끈 포맷과 인물이 방송으로 넘어오기도 한다. MBC의 유튜브 채널 'M드로메다 스튜디오' 콘텐츠 '청소광 브라이언'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올해 상반기 2부작 편성이 확정된 상태다. MBC의 얼굴이 된 김대호 아나운서 역시 먼저 주목받은 건 MBC 아나운서국 유튜브 채널 '뉴스안하니'에서였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 김태호 PD는 "이제 더 이상 콘텐츠를 제작할 때 시청률이 목표가 아닌 환경이 됐다"며 "제작비로 수익이 날 수 있는지, 지속할 수 있는 건지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당장 성과를 낸다기보단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할 수 있을지를 기대하면서 계속해서 실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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